​장타면 장땡? 퍼팅은 ‘광땡’…‘꾸준함의 대명사’ 이승현의 우승 비결

2017-11-06 11:19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퍼팅 달인' 이승현의 세리머니. [사진=KLPGA 제공]


“난 다시 태어나도 그렇게 멀리 칠 수 없을 것 같다. 그래도 (박)성현 언니처럼 치고 싶다.”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전관왕 석권을 노리는 ‘대세’ 이정은은 시원한 장타를 날리는 박성현이 내심 부럽다. 올해 '다 가진' 이정은만 꼭 그런 것은 아니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리지 않고 필드의 장타자들은 선망의 대상이다.

골프에서 장타자가 유리한 것은 검증된 사실이다. 지난달 국내 최초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더CJ컵@나인브릿지에서 우승한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소문난 장타자다. 이 대회에서도 호쾌한 장타로 제주의 돌개바람을 뚫었다. 롱 아이언 대신 어프로치 샷으로 그린을 공략하면 적중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장타가 ‘장땡’일까.

“다시 태어나도 장타가 아닌 퍼팅을 잘하는 선수를 선택하겠다.” 보란 듯이 장타를 거부한 ‘퍼팅 달인’ 이승현이 지난 5일 경기도 여주 블루헤런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올해 KLPGA 투어 마지막 메이저 대회 하이트진로 챔피언십에서 시즌 첫 우승을 달성했다. 메이저 대회 2승을 포함해 통산 6승째다.

최종합계 14언더파 274타(67-71-69-67)를 적어낸 이승현은 공동 2위 선수들을 무려 9타 차로 따돌린 압도적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사상 최다 타수 차, 2000년대 이후 메이저 대회 최다 타수 차 우승이다.

이승현은 꾸준함의 대명사로 불린다. 올 시즌에도 이 대회 전까지 우승은 없었지만 3위만 세 차례 기록하는 등 톱10 진입률 7위(39.13%)에 올라 있다. 지난해에는 우승 2회와 톱10 진입률 3위(53.57%)의 성적을 냈다.

놀라운 사실은 이승현은 장타력과 거리가 먼 선수라는 것. 이승현의 올 시즌 드라이브 비거리는 108위(평균 234.53야드)에 불과한 하위권이다. 2010년 투어 데뷔 이후 이 부문에서 50위 내에 진입한 적이 없다.

대신 올 시즌 페어웨이 안착률은 4위(81.20%)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승현이 꾸준한 성적을 낼 수 있는 진짜 비결은 퍼팅이다. 데뷔 이후 8시즌 동안 평균 퍼트 부문에서 4위 밖으로 밀려난 적이 없다. 이 부문에서는 2013년 1위, 2011년과 올해 2위에 오른 절대 강자다.

특히 이승현은 5m 이내 쇼트 퍼트가 아닌 5~12m 중·장거리 퍼트의 달인이다. 이승현은 평소에도 “짧은 퍼트보다 5~10m 퍼팅을 할 때 더 편안함을 느낀다”고 할 정도. 실제로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에서 이승현이 잡은 6개의 버디 가운데 가장 짧은 퍼트가 5m에 달했고, 10m 버디 퍼트도 2개나 넣었다. 이승현은 “이젠 그린에 서면 그냥 라이가 보인다”고 했다. ‘퍼팅 달인’다운 말이다.

퍼팅은 타고난 감각이 꽤 중요하다. 이승현도 “아버지로부터 받은 손 감각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치과 의사인 아버지는 이승현과의 매치에서도 이길 때가 있을 정도로 퍼팅이 장기인 실력파 골퍼라고.

하지만 이승현의 진짜 퍼팅 비결은 노력이다. 어렸을 때부터 퍼팅이 재밌었던 이승현은 샷 연습보다 퍼팅 연습을 더 많이 했다. 지금도 하루에 1시간 30분에서 2시간씩 퍼팅 연습을 한다. 대회 기간에도 1시간씩 하는 퍼팅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프로 선수들도 가장 귀찮고 하기 싫은 연습이 퍼팅이다. 이승현은 ‘드라이버는 쇼, 퍼팅은 돈’이라는 골프 명언을 필드에서 실현시키고 있다. 그가 다시 태어나도 장타보다는 퍼팅을 잘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 퍼팅이 ‘광땡’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