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비자금 게이트 확산에 洪 ‘박근혜 출당’ 택했다…빗장 풀린 보수재편
2017-11-03 18:26
보수 재편의 빗장이 풀렸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3일 ‘1호 당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출당을 직권으로 결정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전면적 결합을 위한 초강수인 셈이다. 바른정당 통합파의 대표 격인 김무성 의원 등은 그간 통합의 전제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출당 조치를 주장했다.
정치권 안팎에선 이르면 오는 6일 김 의원을 필두로 8∼9명이 집단행동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이 경우 바른정당의 원내 교섭단체(의원 20명) 지위는 상실한다. 바른정당 자강파인 유승민 의원은 같은 날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이 무슨 혁신이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국정농단 게이트 정국 당시 ‘새로운 보수’ 명분으로 출범했던 바른정당의 와해도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바야흐로 보수야당발(發) 정계개편의 새 판짜기의 시대다.
◆홍준표, ‘1호 당원’ 朴 전 대통령 출당 조치
이어 1998년 대구 달성 보궐선거를 비롯해 2004년 탄핵 정국, 2012년 대선 집권, 올해 헌법재판소의 파면 결정 등 박 전 대통령의 공과를 열거한 뒤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일관되게 탄핵 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냉혹하고 가혹하다”고 말했다.
이는 박근혜 정권 때의 국가정보원(국정원) 특수활동비 불법 유용 사건이 ‘게이트’로 확산할 조짐을 보이자, ‘박근혜 출당’이란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 비서관이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와 관련해 “박 전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밝힌 직후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원 비자금 게이트’의 몸통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홍 대표 등 비박(비박근혜)계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진 것도 ‘박근혜 출당’ 조치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현실 냉혹하고 가혹하다”…“박근혜당 멍에 벗자”
실제 홍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더불어민주당 등 진보진영을 겨냥, “이들은 박 전 대통령 문제를 내년 지방선거까지 끌고 가기 위해서 무리하게 구속 기간까지 연장하면서 정치 재판을 하고 있다”며 “한국당을 계속 낙인찍어 보수우파를 괴멸시키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우파의 본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박근혜당’ 멍에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며 “박 전 대통령의 무책임과 무능력으로 우파가 허물어진 것에 당과 저는 철저하게 반성한다”며 “앞으로 깨끗 유능 책임지는 신 보수주의로 거듭날 것을 굳게 약속드린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이날 오전 최고위를 시작으로,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오전 9시 20분께 마친 공개 최고위 이후 1시간 20분 동안 비공개 최고위에서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당 최고위에서는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에 대한 표결 처리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일부 의원이 출당 결정 움직임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홍 대표가 결단에 나섰다. 홍 대표는 이 자리에서 “오늘 중으로 숙고해서 내 책임으로 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출당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이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단부단 반수기란'(當斷不斷 反受基亂, 마땅히 잘라야 할 것을 자르지 못하면 훗날 재앙이 온다)’는 내용의 고사를 올리면서 박 전 대통령 출당 결정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홍 대표가 보수의 빗장을 스스로 여는 승부수를 던짐에 따라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의 통합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바른정당은 오는 5일 오후 8시 운명의 의총을 개최한다. 이날 현재 바른정당 탈당 규모는 김 의원을 비롯해 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황영철·홍철호 의원 등 8∼9명 선이다.
다만 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계도 홍 대표의 직권 결정에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고 있어 보수진영 전체가 극심한 갈등 국면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합을 위한 승부수가 자충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