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 신규 요금제 ‘러시’…통신비 군살 빼기

2017-11-02 14:44
청소년·외국인 요금제 등 두 달새 신규 요금제 4종 나와
박정호 “고객 원하는 요금제 조합하겠다”…KT도 요금제 손질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SK텔레콤이 최근 들어 신규 요금제를 연이어 내놓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특정 타깃층의 혜택을 높이는 요금제 개편으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에 간접적으로나마 보조를 맞추는 모습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객들이 원하는 요금제를 조합해 만들어내겠다”는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의 발언 이후 이 같은 행보는 두드러지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두 달에 걸쳐 4종의 신규 요금제를 출시했다.

전날 SK텔레콤은 만 18세 이하 고객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일요일에 데이터를 1GB씩 더 주는 ‘주말엔 팅’ 청소년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용 고객은 매월 최소 8GB의 데이터를 추가로 받는 셈이며, 주말에 하루 1GB를 소진해도 데이터 추가 과금 없이 속도 제어 환경에서 계속 이용할 수 있다. 가장 낮은 요금제의 이용료도 3만1790원에서 3만1000원 수준으로 낮췄다.

SK텔레콤은 지난달 국내 최초 외국인 후불요금제 ‘T글로벌’도 내놨다. ‘T글로벌’은 밴드 데이터 요금제에 월 3300원을 추가하면 데이터, 국제전화, 해외송금 관련 혜택을 제공한다.

로밍요금제 개편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9월에만 △‘T로밍 함께쓰기’ 요금제 △‘T로밍 한중일패스’ 요금제를 각각 선보이며 로밍 서비스 혜택 강화에 집중했다. 특히 ‘T로밍 한중일패스’ 요금제는 출시 50일만에 이용객 10만명을 돌파하며 선호도 높은 지역 특화 로밍 요금제로 자리잡았다.

이처럼 SK텔레콤은 고객의 니즈가 높고 타깃층을 세분화한 차별화 서비스로 통신비 ‘다이어트’에 나서는 모습이다. 올 상반기만 해도 눈에 띄는 신규 요금제 없이 통신비 인하 방안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례로 지난 8월에는 이동통신 3사가 데이터 중심 요금제의 데이터당 가격과 형태가 매우 유사하다며 담합 의혹까지 제기되며 공정거래위원회의 직권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결국 이는 정부의 강력한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속에서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선제적 노력에 나서겠다는 응답으로 풀이된다. 최근 막을 내린 국감에서도 여야의원들은 고가 요금제를 유도하고 있는 통신사들의 비판에 나서며 이통사의 자정적 노력을 촉구했다.

이에 박정호 사장은 “통신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 요금제는 제품”이라면서 “고객들이 원하는 것을 조합해서 만들어내겠다”며 정부의 취지에 맞는 요금체계 개선에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정부가 추진중인 취약계층 요금감면에도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다만 보편요금제 도입에 대해서는 여전히 유보적이다. 박 사장은 “보편요금제의 경우 시장원리에 맞춰 갈 수 있게 해주면 어떨까 생각한다”며 정부의 지나친 요금 결정권 개입은 경계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보편요금제의 요지는 3만원가량인 데이터요금 시작가를 1만원 낮춰 2만원 초반대에 제공하자는 것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보편요금제 도입 시 이통3사의 연간 매출이 2조2000억원 감소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한편, KT도 근래 들어 요금제 개편에 따른 소비자 혜택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데이터로밍 종량 요금 파격 인하 등 로밍 서비스를 대폭 개선키로 했으며, 이달부터는 수험생들에게 6개월 동안 할인된 가격에 데이터를 무제한으로 쓸 수 있는 ‘Y수능 데이터 무제한 페스티벌’을 실시한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업자들이 가계통신비 절감에 기초한 요금제 개편이 이어지면서 3사간 건전한 경쟁 유발이 되는 분위기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