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 전 차관, 영재센터에 청와대 관심...삼성에 지원 강요"

2017-10-30 17:30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제공하거나 주기로 약속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마지막 PT(프레젠테이션) 공판에서는 미르·K스포츠 재단 및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의 성격을 둘러싸고 변호인과 특별검사팀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약 73억원)과 영재센터 지원(16억2800만원)은 뇌물로 인정하면서도,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220억2800만원은 전부 무죄로 판단한 바 있다.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는 3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세 번째 PT 공방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서 변호인 측은 1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영재센터 지원이 무죄임을, 특검은 1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역시 유죄임을 강조했다.

◆ 삼성, "공익적, 정부의 강요에 따른 지원일 뿐"
변호인 측은 1심 재판부가 재단 출연금을 무죄로 인정한 근거를 강조하면서, 삼성 역시 다른 대기업들과 마찬가지로 공익적 차원에서 재단금을 냈다고 설명했다. 특히 영재센터 지원은 스포츠 유망주를 발굴하고, 은퇴 선수에게 취업 기회를 제공한다는 공익적 목적을 실현하기 위함이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 측은 “삼성은 동계올림픽의 공식 후원사이자 빙상협회 회장사로서 센터를 지원할 충분한 이유와 위치에 있었다”며 “센터에 지원하는 대가로 명칭 사용권과 메달리스트의 삼성 홍보 참여 등 여러 권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기업은 공익 목적을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하는데, 정부의 요청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청탁에 대한 대가를 바라고 응한 것이 아니라, 공익적 차원, 기업홍보, 정부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변호인 측은 이 부회장이 영재센터 지원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순실 씨의 최측근인 김종 전 청와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김재열 재일기획 사장에게 영재센터 지원이 청와대의 관심사라며 지원을 강요해, 삼성전자로 자금 집행이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변호인 측은 "1심 재판부가 김 전 차관의 역할을 단순 '촉매제'로 파악해 삼성의 지원을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부정청탁으로 봤다"며 "김 전 차관은 집권남용과 강요죄로 기소된 인물로 영재센터 설립, 인사, 운영 및 기업 후원 등 영재센터 운영 전반에 깊게 관여한 핵심인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특검 측은 최 씨가 소유한 미르·K스포츠재단에 삼성이 출연금을 낸 것은 박 전 대통령과 최 씨에게 대가성을 담보로한 뇌물 행위라며 유죄를 주장했다.

특검은 "대통령의 요구사항은 문화, 스포츠 활동의 공익적 활동을 요청한게 아니라, 돈을 달라는 것이었다"며 "대통령이 사적재단 설립자금 지원을 요구했고, 이 부회장이 적극적, 능동적으로 이를 수용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르재단 지원은 삼성 측이 박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전달하기 위한 행위였던 최 씨의 승마지원, 영재센터 지원의 연장선상에 있다”며 “미르재단 지원을 결정하면서 동일한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왜 삼성만 뇌물인가?
특검 측의 이같은 주장에 삼성 변호인은 “미르재단에 출연한 다른 기업들과 삼성의 재단 출연 경위나 주변 사정들에 아무런 차이가 없음에도 특검은 삼성에만 법 적용을 달리하고 있다”며 “삼성은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할당 비율에 따라 지원 했지, 적극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특검은 "다른 기업의 경우도 삼성과 같이 정유라 승마지원이라든지 별도의 지원 행위가 있어 깊이 수사됐다면 기소됐을 수도 있었다"며 "인력과 시간이 부족해 수사가 더 나아가지 못한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 측의 주장은 '다 무단횡단을 하는데 왜 나만 잡냐'는 것과 같다"며 "삼성과 관련된 사실에 근거해 혐의 유·무죄를 입증하는 거지 유사한 행위를 한 다른 기업들이 기소되지 않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재판부는 PT 절차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인 증인신문 절차에 돌입할 예정이다. 증인신문 절차에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가 증인으로 나올지 주목된다. 앞서 재판부는 특검팀이 신청한 박 전 대통령과 최 씨를 증인으로 채택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