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만 담는 '4차 산업혁명 펀드' 괜찮을까

2017-10-30 19:09
삼성전자·바이두·텐센트·알리바바 등 국내외 대형 IT주 일색
단일업종에 몰빵투자···특정업종 경기따라 수익률 요동칠 수도

세계적인 화두인 4차 산업혁명을 자산운용업계도 재빠르게 상품화하고 있으나 정보기술(IT) 쏠림이 과거 '차이나펀드 사태'를 떠오르게 하고 있다. 이름만 4차 산업혁명 펀드일 뿐 편입종목은 IT주 일색이다. 특정업종 경기가 수익률을 좌우할 공산이 크다.

30일 금융정보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주요 자산운용사가 현재까지 내놓은 34개 4차 산업혁명 펀드 가운데 90% 이상인 31개가 올해 들어 한꺼번에 나왔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말조차 낯설지만, 일단 펀드부터 경쟁적으로 내놓는 모양새다.

새 정부가 출범 전부터 4차 산업혁명을 강조해 수요를 키웠으니 공급도 늘게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 펀드는 주식형 펀드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돈을 끌어모으고 있다.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해 들어 1조7159억원이 빠져나갔다. 코스피 랠리에 차익실현이 잇따랐다.

반대로 4차 산업혁명 펀드로는 1000억원 이상이 순유입됐다. 최근 1개월 수익률도 2.2%로 양호한 편이다.

KTB자산운용이 출시한 4차 산업혁명 펀드에는 한 달 사이에만 720억원 이상이 들어왔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하반기 들어 내놓은 4차 산업혁명 펀드로 1000억원 넘게 모았다.

이처럼 잘나가는 4차 산업혁명 펀드가 주로 담은 종목은 삼성전자와 바이두, 텐센트, 알리바바, 알파벳, 인텔, 페이스북, 애플, 대만반도체(TSMC)를 비롯한 국내외 대형 IT주다.

사실상 단일업종에 '몰빵' 투자하고 있어 분산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더 좁혀서 보면 반도체 업황에 따라 펀드 수익률이 요동칠 있다. 4차 산업혁명 펀드가 주로 담은 삼성전자나 인텔, TSMC가 대표적인 반도체주다.

미국 시장조사업체인 IHS마켓이 낸 자료를 보면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는 내년 1321억6500만 달러(약 151조1000억원)로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IHS마켓은 이듬해 1205억5000만 달러, 2020년에는 1176억7000만 달러로 뒷걸음질칠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이 끝나가고 있다는 얘기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D램과 낸드플래시 공급이 올해보다 더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로 수요증가율 둔화로 메모리 수급이 악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진호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경기 민감주인 IT주는 같은 하락장에서 더 크게 꺾여왔다"며 "한쪽에 치우친 포트폴리오는 위험천만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반도체 강세가 주춤하면 연관산업도 동반 하락할 공산이 크다"며 "내년 2분기나 3분기가 변곡점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