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인터뷰] 루시드폴, "듣고 읽고 먹고, 나의 창작물이 모두 예술이 된다"···2년만에 8집 출간

2017-10-30 11:47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


"어느 순간 CD 형태의 음반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을 듣는 형태는 꼭 CD가 아니여도 되겠더라구요. 난 음악을 만들지만 글도 쓰고 농작물도 수확하죠. 제가 만드는 모든 창작물들을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음반을 에세이집 형태로 만들었어요"

루시드폴(42, 조윤석)이 2년만에 정규 8집이자 에세이뮤직 '모든 삶은, 작고 크다'를 발표했다.

루시드폴은 26일 오전 서울 신사동 안테나뮤직 사옥에서 아주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정규 8집 발매와 관련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털어놨다. 

2년전 그는 제주도에서 수확한 귤을 홈쇼핑에 내놓으며 이슈를 탄생시켰다. 당시 앨범과 귤을 함께 판매했던 것. 올해도 귤과 앨범이 함께 세트(?)로 판매될 것이라 기대했는데 의외로 루시드폴은 귤이 아닌 에세이집을 들고 왔다. 

"귤 농사가 매년 잘 되는게 아니더라구요. 한해가 잘되면 그 다음해는 잘 안되곤 해요. 올해는 귤이 너무 열리지 않아서 앨범과 귤을 함께 가져올 수가 없었어요. 대신 제가 틈틈이 찍은 사진과 영상, 노래와 이야기들을 묶어 책으로 가져왔어요"라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노래와 책의 만남으로 듣기와 읽기가 동시에 가능한 앨범이다. 타이틀 곡 '안녕'을 필두로 책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트랙 '밤의 오스티나토'까지 총 9트랙이 수록된다. 루시드폴은 이번 앨범 전곡의 노래를 쓰고 노랫말을 붙였다. 루시드폴은 이번에 특히 자신이 직접 지은 제주의 오두막에서 앨범 수록곡의 전 과정을 녹음, 믹싱까지 진행했다.

특히 타이틀곡 '안녕' 뮤직비디오는 루시드폴과 그의 아내가 슈퍼 8mm 무비 카메라로 꾸준하게 기록해 온 영상들을 한 데 모아 무려 2년동안 제작했다. '안녕, 그동안 잘지냈나요'라는 나지막한 목소리를 배경으로 그가 사는 제주의 자연 속에서 마주한 생명들과 빛나는 순간들은 물론, 그가 직접 일구는 무농약 인증을 받은 감귤 과수원에 귤꽃이 만발하는 계절부터 수확의 시기까지 사계절을 두루 느끼게 하며 장면마다 자연스럽게 보는 이들을 제주도 한 가운데로 데려간다.

'모든 삶은, 작고 크다'는 작은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 주변의 모든 삶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의 자연관, 생명관, 그리고 음악관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특히 루시드폴은 제주도에서 유기농 감귤 과수원을 가꾸는 농부로서 살아가는 동안 마주친, 작지만 큰 삶의 기록들을 담담하게 전했다.

제주에서 농사를 짓는 루시드폴은 보통 사람들과 조금 다른 행보를 걸어왔다. 그는 서울대에서 응용화학을 전공한 이후 스웨덴과 스위스로 넘어가 고분자화학 공부를 멈추지 않았고 심지어 최우수 논문상 수상도 차지했다. 하지만 돌연 이 공부를 그만두고 2009년 발표한 앨범 '레 미제라블'을 시작으로 음악에만 몰두하더니 최근 농사를 짓겠다며 제주도로 내려갔다. 심지어 이번 컴백 앨범은 음악만 있지 않다. 수필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에세이도 직접 썼다.

왜 음반이 아닌 책일까? 이에 대해 루시드폴은 "언제부턴가 음반이 애물단지가 되어가는 것 같아서요. 6집을 내면서부터 음반의 형태가 모호해지기 시작했어요. USB로도 내봤지만 팬분들의 입장에서는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했는데 내용물이 부실하면 서운하실 것 같더라구요. 책으로 꽂아두면 좀더 오래 여러가지 측면으로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라고 설명했다. 

만들고나누는 행위가 루시드폴에게 어떤 의미일까?

그는 "귤이나 음반을 나눠야겠다는게 처음에는 그렇게 거창한 의미는 없었는데 스스로의 손으로 집을 짓고 작년 겨울을 보내면서 좀 다른 점이 생겼다면 내가 굉장히 많은 것들을 받으면서 살고있구나 느껐어요"라며 운을 뗐다. 이어 "받은 만큼 줄 수 있는게 뭐지? 고민하기 시작했죠.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것들이에요. 주변사람에게 친절하게 하기 등이죠. 큰 스케일에서 보면 내가 노래를 만들면 나혼자 듣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노래를 만들면 음반을 만들어주는 회사가 있고 음반만들면 기사도 내주고 공연하면 공연봐주러 오는 사람들도 있고 크든 작든 나는 세상을 향한 스피커를 가진 사람이구나 그 스피커로 뭔가를 나눌수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사진= 안테나뮤직 제공]


루시드폴은 이와 함께 이상순과 함께 이번 앨범 작업을 함께 한 사실도 언급했다.

루시드폴은 "이상순에게 빈티지 기타 앰프를 빌려달라고 했었어요. 그 친구는 (본업이) 기타리스트이고 좋은 기타도 많이 갖고 있거든요"라며 "이상순도 흔쾌히 응해줬어요. 친구니까 가능했죠"라고 말했다. 이어 "이상순이 친 사운드에 내가 가이드로 만들어 놓은 것을 잘 섞어서 완성했어요. 질감이 딱 맞았어요"며 "아직 이상순에게 사례를 하진 못했네요"고 덧붙였다.

루시드폴은 이와 함께 이상순을 '전 국민 스타'라고 지칭하며 "지금 빨리 앨범을 내야 할 시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루시드폴은 "예전부터 앨범 발매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했고 지금은 내 앨범 작업 하느라 바빴지만 내 오지랖 때문에 이상순에게 '기다리는 팬들을 위해 정규 앨범을 내야 하지 않을까?'라는 투로 말했어요"라며 "(그래서인지) 곡은 이상순에게는 줘야 할 것 같긴 하네요"라고 말하며 웃음을 보였다. 
 
인터뷰에서 tvN ‘알아두면 쓸 데 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 섭외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알쓸신잡’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잡다한 지식과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 안테나 수장인 유희열이 진행을 맡아 이달 27일 시즌2 첫 방송을 시작했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PD는 시즌1 론칭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루시드폴을 섭외하려고 했는데 유희열이 낚였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루시드폴은 “오두막에서 곡을 쓰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유)희열이 형이었다. 잘 들으라면서 ‘알쓸신잡’ 얘기를 했다. 객관적으로 제안하듯 얘기했지만 실제 의도는 ‘너는 이 프로그램을 해야 해’였다. 프로그램이 내게 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작 루시드폴은 유희열의 전화에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생각했다고. “저…음반 작업…”(루시드폴) “음반이 문제가 아니야”(유희열) “제가 정말 바쁠 때라서요. 비료도 뿌려야 하는데…”(루시드폴) “출연료 받아서 직원을 써”(유희열) 결국 루시드폴은 생각할 시간을 갖기로 하고 읍내 목욕탕으로 전했다. 그의 결심은 이미 출연하지 않는 쪽으로 굳어졌지만 더욱 부드럽게 거절할 방법을 찾기 위한 처사였다.

루시드폴은 “목욕을 마치고 전화를 걸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하지만 출연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형이 ‘그럴 줄 알았다. 그냥 그래도 얘기는 해봐야 할 거 같아서 전화했다’고 하더라. 그렇게 출연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가 됐다”고 말했다.

자신의 자리를 유희열이 꿰찼(?)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이상순과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루시드폴은 “뭐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예능 프로그램은 그러지 못할 것 같았다. 희열이 형에게도 ‘내가 재밌을 거 같지 않다’고 했더니 ‘그러면 됐다. 그럼 하면 안 돼’ 하더라”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출처] 비즈엔터: http://enter.etoday.co.kr/view/news_view.php?varAtcId=124851#csidxfda016ab1d305478bfe6de0a29361b9
또 그는 tvN ‘알아두면 쓸 데 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이하 알쓸신잡)’ 섭외와 관련된 일화도 들려줬다.

‘알쓸신잡’은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전국 각지를 여행하며 잡다한 지식과 토론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안테나 수장인 유희열이 진행을 맡아 이달 27일 시즌2 첫 방송을 시작했다. 연출을 맡은 나영석PD는 시즌1 론칭 당시 기자간담회에서 “루시드폴을 섭외하려고 했는데 유희열이 낚였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낸 바 있다.

루시드폴은 “오두막에서 곡을 쓰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요. (유)희열이 형이었다. 잘 들으라면서 ‘알쓸신잡’ 얘기를 했죠. 객관적으로 제안하듯 얘기했지만 실제 의도는 ‘너는 이 프로그램을 해야 해’였어요. 프로그램이 내게 득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그랬던 것 같아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작 루시드폴은 유희열의 전화에 ‘어떻게 거절해야 하나’ 생각했다고.

“제가 정말 바쁠 때라서요. 비료도 뿌려야 하는데 농사일도 바쁘고 출연을 거절할 방법을 찾았어요. 제가 목욕탕에 가서 생각할 시간을 가진 후에 연락드린다고 하고, 가능한 부드럽게 거절할 방법을 고민했죠. 그리고 목욕을 마치고 전화를 걸어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죄송하지만 출연하지 못할 것 같아요라고 했어요. 그러자 형이 ‘그럴 줄 알았다. 그냥 그래도 얘기는 해봐야 할 거 같아서 전화했다’고 하셨어요. 그렇게 출연하지 않는 쪽으로 정리가 됐네요”라고 말했다.

자신의 자리를 유희열이 꿰찼(?)다는 걸 알게 된 것은 이상순과의 대화를 통해서였다. 루시드폴은 “뭐든 내가 즐겁게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예능 프로그램은 그러지 못할 것 같았어요. 희열이 형에게도 ‘내가 재밌을 거 같지 않다’고 했더니 ‘그러면 됐다. 그럼 하면 안 돼’ 하시더라고요"라고 후일담을 들려줬다.

제주에서의 삶이, 그의 음악 창작을 위한 원동력이 되어가고 있다고도 털어놨다.

"음악은 정신적 창작이고, 귤(과수원)은 육체적 창작인데 정말 얻는 게 너무 많아요. 농사를 짓지 않고 시골에 살지 않았다면 이 앨범은 나오지 못했을 거예요. 어떻게든 농사하며 살아가는 것이 지금의 나를 바꿔나가고 제 모습을 찾아가게 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래서 음악도 자연스럽게 만들고 있고요. 영화감독으로 치면 전 다큐멘터리 장르 영화 감독인 것 같아요. 정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여기는 떠나지 않을 것 같고요. 사실 다음 앨범도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이번엔 악기를 직접 만들어볼까 라는 생각도 하고 있어요. 하하"

뮤지션으로 농부로 남편으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바쁘게 지내고 있는 루시드폴.

농부로서의 삶이 그를 바꿔놓은 것은 뭘까?

그는 "농부로서 아직 갈 길이 먼 사람이이요. 조금은 손에 익었다 할 정도네요. 1년을 한 사이클로 봤을 때 4번째 지나니까 이 달에 뭐를 해야하는 구나 정도의 감이 오더라구요. 처음에는 사실 귤이 언제 익는 줄도 몰랐어요. 학교로 치면 초등학교 4학년이다. 뭘 알겠어요. 하하"라며 웃음을 보인다.

"노래나 글들을 이 공간에서 작업하는데 시골에 살지 않았으면 못 나왔을 거에요. 어떻게든 농사 일을 하고 나무나 새, 벌레, 관객들을 부대끼면서 살아가고 있는 나를 바꿔나가고 있어요. 몰랐던 내 모습을 찾아가면서 음악도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제주의 시골에서 농사를 하면서 사는 내가 없었다면 ‘모든 삶은 작고, 크다’의 곡들과 글들도 못 나왔을 거이요. 확실해요. 지금도 다음 앨범을 생각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