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 冬夏閑談, 남현희칼럼] 너나 잘하세요!
2017-10-31 2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남현희(南賢熙 · 전통문화연구회 번역실장)
너나 잘하세요!
부재기위(不在其位)하여는 불모기정(不謀其政)이니라(<논어> '태백').
남의 일은 가볍고 쉽게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래서 때로는 섣불리 말참견도 한다. 무엇 때문인가? 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잘못돼도 내 책임은 없기 때문이다. 잘되면 내 말을 따른 덕분이고, 잘못돼도 그걸로 그만인 게 남의 일이다. 제 딴에는 합리적인 조언이요 충고라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주제넘은 참견과 간섭이 되기 십상이다. 이럴 때 한마디 듣기도 한다. “너나 잘하세요!”라고.
일을 맡은 사람보다 그 일의 자세한 속사정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일을 맡은 사람의 고뇌와 절박함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남의 일에 어설프게 끼어들지 않는다. 주어진 조건과 주변 환경을 꼼꼼히 따지면서 묵묵히 생각해보고, 확신이 들지 않으면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꺼내더라도 조심스럽다. 어설픈 참견이 되레 분란과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때로는 상처를 줄 수도 있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주제넘은 참견이나 간섭은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문제지만, 그것이 사회적·국가적 차원에 이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부재기위(不在其位)한 사람, 곧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 이른바 비선실세(秘線實勢)로 불리는 이들의 국정농단을 우리는 얼마 전까지 가까이서 직접 목도한 경험이 있다. 그들에 대한 재판이 아직도 진행 중이지만, 그들에겐 도무지 부끄러움도 반성도 전혀 없는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