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국감] 저금리 정책에 대한 이주열 총재의 뚝심

2017-10-23 15:51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저금리 정책에 대해 적극 해명했다. 저금리로 인해 부동산 시장이 활성화돼 가계부채 규모가 확대되긴 했지만 덕분에 소비와 투자가 살아났다는 것. 무엇보다 당시 경기 침체로 인해 저금리 정책은 반드시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은 국정감사에서 금리인상과 가계부채, 한은의 독립성 문제가 주요 쟁점으로 언급됐다.

◆ 이 총재 "저금리 정책, 당시 불가피한 선택"

한은은 이주열 총재 임기 중 다섯 차례에 걸쳐 금리를 인하했다. 이 총재는 "(총 3년 동안 다섯차례이므로) 빠른 속도로 내린 것은 아니다"라며 "저금리 정책으로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살렸다"고 평가했다. 당시 경기 침체에 디플레이션까지 우려되는 상황에서 저금리 정책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재위원들은 저금리 기조로 부동산 버블과 가계부채 증가가 확대됐다며 공세를 이어갔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4년 최경환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초이노믹스'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들고 나오면서 계속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다"며 "금리인하 효과가 경제성장으로 이어지지 않고 돈이 다 부동산으로 갔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두관 의원도 저금리가 가계부채의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 총재는 "금리 인하는 여러 효과를 가져온다"며 "가계부채의 차입을 늘리는 효과가 있었지만 소비와 투자의 성장 모멘텀을 살리는 데도 기여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문제는 거시건전성 정책으로 관리를 잘 했어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며 "다른 정책과의 조화를 생각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 금리인상 시그널 또 확인...경기회복 관건

기재위원들은 금리인상으로 인한 후폭풍을 염려했다. 미국이 연내 금리인상을 예고한 상황에서 한은 역시 지난 19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 총재는 "불확실성이 많아 경기회복 흐름이 견조한지 확인할 시간이 필요하지만 방향 자체는 (금리인상)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금리를 결정할 때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사안으로 ▲경기 ▲물가상황 ▲금융안정 리스크 이렇게 세 개를 꼽았다.

기준금리 인상의 적당한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금리 인상은 견조한 경기회복세가 확인되고 물가도 목표수준에 수렴한다고 확인되는 시점에 인상을 고려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은이 목표로 정한 중기적 관점의 물가상승률은 2.0%이며, 잠재 경제성장률은 2.8~2.9% 수준이다. 이 총재는 "아직까지는 이처럼 목표를 잡고 있으나 현재의 흐름이 기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을지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오는 12월 금리인상이 유력시되는 미국에 대해서도 "연방준비위원회의 결정이 우리나라 통화정책에 중요한 요인이지만 시기를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급격한 자본유출도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내외금리 역전, 지정학적 리스크가 있겠지만 글로벌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 국내 경기도 좋아질 것"이라며 "급격한 자본 유출도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한은 독립성 우려..."정치적·정책적으로 문제없다"
 
한은의 독립성도 화두였다. "민간기관 등에선 경제성장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하는데 정부 시각에 맞춰 경기를 좋게 보는 것 아니냐"는 정병국 바른정당 의원의 지적에 이 총재는 "그렇지 않다"고 응수했다.

최근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0%로 상향 조정했다. 이는 기획재정부의 전망과 일치한다. 대부분의 민간 경제기관들은 이보다 낮은 전망치를 제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참석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이 총재는 "통화 정책은 중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씀드린다"며 "일반 기관의 전망 수치와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체감경기와 괴리가 있을 수 있으나 다른 고려 없이 경제 상황만 놓고 봤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 공조, 한은의 독립성 등 원론적인 의미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현재 우리경제의 지속 발전을 위해 어떤 선택이 중요한지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조화만 고려한다"고 답했다.

추경호 자유한국당 의원도 김현철 청와대 보좌관의 발언을 문제 삼았다. 김 보좌관은 언론인터뷰를 통해 '한은의 독립성을 무너뜨린 것이 전 정부', '기준금리가 1.25%인 상황은 문제가 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경우 한은 금융통화위원들이 중립적이고 자율적으로 판단한다는 것을 자신있게 말씀드린다"며 "(정부 측 인사의)통화정책 신뢰성을 떨어뜨리는 발언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단언했다.

◆ 한은의 장미빛 경제전망...정부 코드 맞추기?

한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대해서도 설전이 오갔다. 기재위 위원들은 한은이 경제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은 "반도체나 정보기술(IT)을 빼면 설비투자가 마이너스이고 앞으로 건설 부분이 빠지게 되는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견조하다고 볼 수 있냐"며 의문을 제기했다. 정병국 의원도 "통계청의 8월 산업활동 동향을 보면 소비, 건설 등 수치가 떨어졌는데 한은이 어떤 기준으로 나아지고 있다고 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이 총재는 "한은 전망에는 경제 상황 외에 다른 것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며 "체감 경기와 괴리가 있을 수 있지만 데이터에 입각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