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서함원칼럼]人窮反本-사람은 궁하면 근본으로 돌아간다
2017-10-22 20:00
[동하한담 冬夏閑談]
人窮反本-사람은 궁하면 근본으로 돌아간다
서함원(徐含園· 전통문화연구회 상임이사)
한자 궁할 궁(窮)은 아주 흔히 쓰이고 그 의미 또한 매우 깊다. 궁의 뜻 가운데 대표적인 것 둘만 살펴보면 첫째, '무궁무진(無窮無盡)하다' '무궁(無窮)한 발전'의 궁은 '끝' '다', 무궁은 '끝이 없다' '다함이 없다'이며, 또 '궁리(窮理)하다' '이치를 궁구(窮究)하다'는 '철저히 하다' '힘을 다하다'라는 의미. 둘째, 곤궁(困窮)·궁핍(窮乏)의 궁은 가난·빈곤이나 극히 어려운 상황, 영어로 hard time(나머지 여러 뜻은 이 두 의미가 확장된 것들).
그런데 이러한 궁한 상황에 처하면 사람은 자신의 삶을 근본적으로 되돌아 본다. 인궁반본(人窮反本).
죽음을 앞둔 것 같은 절망적인 상황에서 인간은 누구나 자기가 어디서 와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한다. 인지상정이고, 우리 모두 경험한 적이 있을 텐데 왜 그럴까? 왜 인간은 심한 고통을 겪어야 자신을 깊이 성찰하는가?
스님이 출가하여 세속과의 인연을 끊고, 좁은 암자 깊은 정적 속에서 홀로 벽면수행을 하는 것이나, 수도사들이 인적 끊긴 성곽 같은 수도원에서 극도의 결핍과 고독 속에서 단순한 생활을 하는 것은 모두 궁(窮)을 극한까지 끌어올려 놓고 그런 삶에서 깨우침을 얻기 위함일 터이다.
'시인 궁이후 공(詩人 窮而後 工)', 즉 '시인은 삶이 궁한 뒤에 궁할수록 그 시가 훌륭해진다'라는 말도 있다. [공(工)은 교(巧,교묘하다)의 뜻]
소동파(蘇東坡)가 한 말인데, 줄여서 '시궁(詩窮)'이라고 해도 같은 뜻이라 한다. 시인은 좋은 시를 쓰려면 반드시 궁해야 하나?
새누리당의 후신인 자유한국당은 작년 총선 완패 이후 계속 궁지(窮地)에서 몰리더니 탄핵과 대선 이후 지금까지 궁상(窮相), 궁기(窮氣)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놀림감이 되고 있다. 변화하려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꼼수와 안보 타령으로 버텨 보려 한다.
사람이건 조직이건 궁할 수 있고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문제는 궁할 때 무엇을 하느냐다. 그리고 그 출발은 반본(反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