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포노사피엔스, 배달을 바꾸다
2017-10-23 08:01
언젠가는 ‘장 보러 간다’는 말도 사라질지 모르겠다. 이제 소비자들은 발품을 팔기보다 터치 몇 번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매하는 것에 더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2015년부터 PC와 모바일을 더한 온라인 쇼핑 금액이 대형 마트 매출액을 추월했으며, 2016년에는 모바일 쇼핑 금액이 PC 쇼핑 금액을 넘어섰다.
이처럼 스마트폰의 등장에 따라 모든 패러다임이 자연스럽게 변화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는 인류를 뜻하는 새로운 단어 ‘포노사피엔스’도 등장했다. 호모사피엔스를 패러디한 이 단어는 스마트폰이 석기나 청동기처럼 인간의 생활 자체를 변화시켰다는 뜻을 담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에 따른 패러다임의 변화는 특정 조직이나 개인이 완벽히 주도하거나 거스를 수 없었다. 배달음식 분야의 변화 역시 마찬가지였다.
사실 배달앱 등장 당시 음식점 사장님들의 반응은 대부분 그리 뜨겁지 않았으며, 오해의 시선도 있었다. 전화 주문만으로도 충분한데 왜 비용을 지불하며 배달앱을 사용하냐는 것이었다. 책자나 전단지를 살펴보고 전화로 주문한 뒤 배달원에게 음식값을 지불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기였다.
배달앱을 음식점 운영에 활용하고 나서 매출이 급격히 상승한 사장님들도 점점 많아졌다. 번거롭게 주소와 메뉴를 일일이 받아 적을 필요도 없었고 홍보 효과도 투명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배달앱에 대한 음식점 사장님들의 의문 섞인 시선은 서서히 달라지기 시작한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음식점 사장님들에게 더 많은 도움이 되기 위해 배달앱도 적지 않은 노력을 기울였다. 요기요는 사장님이 가게 운영에 필요한 물품을 더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알뜰쇼핑’을 오픈했다. 또 앱을 통해 수집한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맹점에 대한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해 음식점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기도 했다.
이제 사장님들은 주문 패러다임의 변화를 인정하고 배달앱을 음식점 운영 파트너로 여긴다. ‘친구’라고 표현하는 사장님도 있다.
얼마 전 배달통이 국내 배달앱 중 최초로 7주년을 맞았을 때 초기부터 배달통을 사용했던 음식점 사장님들이 많은 축하 메시지를 보내왔다. 그중 7년째 치킨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사장님은 처음 음식점을 열었을 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힘들었다고 한다. 특히 더운 여름에는 전단지를 붙이러 다니는 일이 큰 고역이었으나, 배달통을 통한 매출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지금은 전단지를 아예 활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앞으로도 지금까지와 같이 좋은 친구로 잘 지내자는 내용도 덧붙였다.
배달앱이 등장한 지도 벌써 7년의 시간이 흐르며 소비자도, 사장님도 말 없는 배달음식 주문이 친숙해졌다. 장 보러 간다는 말이 사라져가는 것처럼 언젠가는 배달 음식점에서 전화기를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포노사피엔스가 더 많아질 미래를 생각해 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