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트랙 기조 잡은 與野政협의체…권력 분산의 리트머스 시험지
2017-09-28 18:38
협치 지렛대인 여·야·정 상설 국정협의체(이하 여·야·정 협의체)가 첫발을 뗐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27일 청와대 만찬 회동에서 여·야·정 협의체 가동에 합의하면서 그간 표류하던 여야 대화 채널 복원의 판은 만들어졌다.
형식은 ‘투 트랙’이다. ‘안보’와 ‘비(非)안보’ 분야를 분할해 전자는 대통령, 후자는 국회가 주도하는 두 바퀴 협치론이다. 이는 야당이 ‘힘의 균형’ 아래 여·야·정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정치 권력의 수렴점인 문재인 대통령의 ‘양보 정치학’이 빛을 발하면서 협치 지렛대는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
정치권 안팎에선 여·야·정 협의체 구성이 분권형 개헌(이원집정부제)의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국정협의체의 투 트랙 기조가 대통령과 내각수반의 외교·안보(외치), 일반 행정(내치) 간 분할 통치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분권형 개헌 형태와 유사하다는 이유에서다. 여·야·정 협의체 운영 방식을 놓고 청와대와 범야권이 ‘힘의 배분’에 실패한다면, 내년도 6·13 지방선거와 동시에 투표하는 개헌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정 협의체도 개헌도 핵심은 ‘권력의 분산’이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정 협의체의 변수는 △구성과 운영 방식 협의 △비교섭단체인 정의당 참여 여부 △자유한국당의 보이콧 해제 등 세 가지다.
문 대통령이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전격 제안한 것은 엄중한 안보 위기 상황에서 초당적 협력을 위한 판을 만드는 한편, 협치를 매개로 정부의 개혁입법안 처리 및 외연 확대를 꾀하려는 포석이었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협치 정국에 단비 같은 기쁜 소식”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보수야당은 ‘국회 주도·교섭단체 한정’에 방점을 찍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정협의체 불참’ 의사를 재차 밝히며 ‘마이웨이 행보’에 나섰다. 같은 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대통령 실정 책임 회피기구”라고 평가절하했다.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도 전날 회동에서 “국회가 주도해서 교섭단체 중심으로 구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 패싱’, 첫발부터 삐걱···안보해법 동상이몽‘
보수야당이 ‘국회 주도 및 정의당 배제’를 촉구하는 것은 정국 주도권 확보와 무관치 않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지난 5월19일 청와대 여야 5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할 당시부터 “정부의 개혁입법안 처리를 위한 수순”이라며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과 정의당이 강력한 연대 전선을 구축,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만 끌어들이면 개혁 입법안을 손쉽게 통과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았던 셈이다. 당시 청와대는 정무라인에서 여·야·정 협의체 구성 방안 등을 각 당에 전달했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를 주체로 하되, 국무총리 등이 사안에 따라 참여하는 방식이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정협의체의 구체적 합의안이 빠진 이유와 관련, “청와대가 중심이 돼서 협의체를 만드는 데 대한 반대가 많아서 합의하지 못하고 다시 국회로 돌려보낸 것”이라며 청와대 책임론을 꺼냈다.
안보 해법도 난제다. 야권은 청와대 안보라인의 교체 및 대북 기조 전환을 촉구한 상태다. 안 대표는 “안보 부문의 여러 곳에서 의견 차이가 있었다”고 꼬집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따른 대중국 관계 악화에 대해서도 “오는 10월 만료되는 한·중 통화스와프 협정 관계 복원의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첫발을 뗀 여·야·정 협의체 구성의 앞날은 첩첩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