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절 특집①] "8일간 놀고 먹고 사고" 중국 '휴일의 경제학'

2017-09-30 04:00
추석,국경절 사상 최대 '황금연휴'…경제효과 수백조원
지난해 200조원 지갑 '활짝'…매년 두자릿수 소비증가율
마오타이酒 품귀현상…19차 당대회 앞두고 공직기강 강화

숫자로 읽는 국경절 소비[그래픽=김효곤 기자]


중국 대륙이 추석·국경절 8일 간의 장기 '황금연휴(黃金周)'를 맞이해 들썩이고 있다. 국경절 황금연휴는 다름 아닌 200조원 이상의 소비가 폭발하는 소비 대목이기 때문이다.

긴 연휴는 국가경제에도 긍정적 효과를 준다. 이른 바 휴일의 경제학이다. 특히 13억 인구의 나라 중국에서 황금연휴가 가져오는 경제효과는 수백 조원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다. 

◆ 200조원 소비 ‘활짝’

중국엔 일주일 이상의 황금연휴가 두개 있다. 하나는 국경절, 또 하나는 춘제(春節 음력설)다.

황금연휴에 중국인이 지갑을 얼마나 열었는지는 상무부 통계수치에서 잘 나타난다. 올 춘제 연휴기간(1월 27~2월 2일) 기간 중국내 전체 소비액은 8400억 위안, 우릿 돈으로 약 143조원에 달했다. 경기둔화 속에서도 춘제 소비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중국인의 소비 씀씀이는 춘제보다 국경절 연휴에 더 커진다 국경절 연휴 소비액은 2015년 처음 1조 위안을 돌파한데 이어 매년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엔 중국인들이 모두 1조2000억 위안(200조원) 어치를 소비했다. 관광지마다 인산인해를 이루며 중국내 관광객이 5억9300만명에 달했고, 영화 박스오피스 수입은 15억 위안이 넘었다. 중국 카드 공룡사인 유니온페이의 국내외 카드 결제건수는 5억7000만건, 결제액은 8819억 위안에 달했다.

해외로 나간 중국인 관광객의 지갑도 활짝 열렸다. 영국 명품 헤롯백화점에선 중국의 모바일 결제서비스 알리페이로 하루에만 100만 위안 어치 이상이 결제됐을 정도다.

◆ 대륙 인구의 절반 '대이동'

특히 올해는 중추절(中秋節·추석) 연휴까지 몰린 이른바 ‘쌍제(雙節·겹연휴)’다. 국경절 소비 효과가 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국경절 연휴 소비액이 매년 10% 이상 증가율을 보여온 것을 감안하면 올해 최소 1조3000억 위안은 가뿐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들썩이는 건 관광업계다. 교통운수부는 올해 국경절 연휴 중국 내 관광객 수가 7억10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인구의 절반, 전 세계의 인구 10분의1이 움직이는 셈이다. 이에 따른 관광수입도 5900억 위안으로 예상됐다.

이중 해외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만 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 관광업계가 중국인 관광객을 사로잡기 위해 10월 한 달 각종 쇼핑 관광 행사를 여는 이유다.

최근 중국인이 즐겨찾은 일본 후쿠오카 등 대도시에서는 10월 한달을 대대적 쇼핑시즌으로 지정했다. 지난해 국경절 연휴기간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만 50만명, 이들이 소비한 액수가 1000억엔 이상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 기여도가 0.1%에 달했다.

◆ 일주일새 12편 영화 개봉 '러시'

국경절 연휴를 맞는 극장가도 분주하긴 마찬가지다. 중국에서는 국경절 영화 대목을 지칭하는 '궈칭당(國慶檔)'이라는 전문용어까지 있을 정도로 영화소비가 폭발하는 시즌이다.

중국 영화 예매사이트 '먀오옌(猫眼)'에 따르면 국경절 연휴기간을 맞이해 9월 29일부터 10월 5일까지 최소 12편의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지 언론의 말을 빌리면 그야말로 ‘역사상 가장 빽빽한 국경절 영화 대목’이다.

영화 배정에서 밀려 국경절 개봉 포기를 선언한 영화도 무려 3편에 달한다. 중국 유명 영화감독 펑샤오강(馮小剛)의 영화 ‘방화(芳華)’도 영화 개봉 예정일(29일)을 닷새 앞둔 지난 24일 돌연 11월 이후로 개봉 날짜가 미뤄졌다.

시장조사업체 둥팡차이푸(東方財富) 증권은 보고서에서 올해 국경절 영화 박스오피스 수익이 27억 위안(약 4600억원)에 달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영화시장 침체 속에서 15억 위안 남짓에 그쳤던 지난해 국경절 연휴 박스오피스 수익에서 70%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 품귀현상 빚는 마오타이酒

요식업계도 소비대목을 놓칠리 없다. 중추절 연휴 때마다 중국인들이 주고받는 선물인 월병(月餠·웨빙)과 고량주(白酒·바이주)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건 당연지사다.

중국베이커리식품공업협회는 올해 황금연휴 월병 전체 판매량과 판매액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5~10%씩 늘어나 148억 위안, 30만t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 대표술 마오타이(茅臺)주는 이미 황금연휴를 앞두고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연휴를 앞두고 회사 측에서 5600t 물량을 시장에 풀었지만 급증하는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에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등 대도시에서는 마오타이주를 1인당 2병까지 구매하도록 제한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 황금연휴의 ‘그림자’

고속도로 무료 개방에 따른 교통 정체현상, 관광지마다 발 디딜틈없이 붐비는 관광객 등 황금연휴의 '그림자'도 존재한다. 여기에 연휴 때만 되면 어김없이 부패의 그림자도 경계의 대상이다. 그래서 중국 당국은 매년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부패나 물가 단속도 강화한다. 연휴기간 관료들 사이에서 고가의 선물이 오고가거나 호화사치 연회를 여는 것을 막는 것이다. 새 지도부 교체가 이뤄지는 19차 당대회를 앞둔 올해 황금연휴엔 공직기강 확립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