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이정은 시대”…‘삼박자’ 빈틈없는 ‘포스트 박성현’
2017-09-25 15:08
이정은은 24일 경기도 양주 레이크우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최종합계 18언더파 198타를 기록, 2위 배선우(23)를 3타 차로 가볍게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다.
이정은은 이 대회 우승으로 올 시즌 가장 먼저 4승을 쓸어 담았다. 지난해 우승 없이 신인왕을 수상했던 이정은은 2년차 시즌에 우승의 한풀이를 원 없이 하고 있다. 4월 롯데렌터카 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7월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8월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을 제패한 데 이어 이번 대회까지 접수했다.
올 시즌 주요 부문 4관왕 달성에도 한 걸음 다가섰다. 이정은은 상금, 대상, 평균타수, 다승 부문에서 모두 선두 굳히기에 들어갔다.
다승 부문 단독 선두로 올라선 이정은은 이 대회 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추가해 시즌 상금 9억9500만원으로 2위 김지현(26·7억5700만원)을 크게 따돌렸고, 김효주(22), 박성현(24), 고진영(22)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시즌 상금 10억원 돌파도 사실상 가능해졌다.
대상 포인트는 압도적인 1위다. 이정은은 대상 포인트 565점을 획득해 2위 김해림(28·368점)과 격차를 197점으로 벌렸다. 또 이정은은 이 대회 2라운드에서 12언더파 60타의 경이로운 성적을 적어내 14년 만에 KLPGA 투어 최소타 기록을 새로 쓰며 평균타수 부문에서도 69.58타를 기록, 2위 고진영(69.65타)을 0.07타 차로 따돌렸다.
이정은의 놀라운 기록은 더 있다. 올 시즌 내내 기복 없는 꾸준함이다. 올해 출전한 22개 대회에서 17차례나 10위 안에 들어 톱10 피니시율이 77.3%에 달한다. 지난해 이 부문 1위였던 박성현이 65.0%(13/20회)였던 것을 비교하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또 장타력과 쇼트게임, 퍼팅 능력을 모두 갖췄다는 것도 강점이다. 시즌 평균 드라이브 비거리 252.04야드(16위)로 상금랭킹 5위 안에 이정은보다 드라이버를 멀리 치는 선수는 없다. 페어웨이 안착율도 78.09%(16위)로 준수하고, 그린적중율 78.57%과 평균 퍼팅도 29.70개로 나란히 3위에 올라 있다. 멀리 치고 정확하다는 의미다.
이정은이 ‘포스트 박성현’으로 꼽히는 이유는 단순히 드러난 성적뿐이 아니다. 이정은이 가장 무서운 신예로 기대되는 것은 강한 정신력이다. 이정은은 동료들 사이에서조차 ‘독종’으로 불린다.
최악의 컨디션과 위기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는 강한 집중력과 정신력은 당장 배워서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하반신을 다쳐 휠체어를 타는 아버지와 함께 힘들게 골프를 시작한 어려웠던 환경은 그를 강하게 만든 토양이 됐고, 물신양면으로 자신을 도운 아버지를 위해 성공을 해야 한다는 지극한 효심은 그의 원동력이다.
이정은은 ‘포스트 박성현’이나 ‘대세’라는 말에 펄쩍 뛰며 “아직은 아니다”라고 고개를 젓는다. 하지만 이미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서서히 국내 무대를 평정하고 있는 이정은의 독주는 박성현의 그림자를 성큼성큼 밟아 따라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