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하한담冬夏閑談, 박연호칼럼] 전환기의 제례(祭禮)
2017-09-25 20:00
[동하한담冬夏閑談]
전환기의 제례(祭禮)
박연호(전통문화연구회원)
이 일을 계기로 전통제례에 상당히 보수적인 그분은 제사, 조상 묘지관리 등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따라서 이번 추석에 집안사람들과 구체적으로 이를 논의할 예정이다.
그 집만 그런 게 아니다. 농경사회의 대가족제가 무너지고 도시 중심의 핵가족화가 이뤄지면서 어느 가정이나 비슷하다. 나아가 가족 해체에까지 이르며 더욱 심각해졌다.
아직도 제사에 참석하라고 자식과 손자들을 다그치고, 모두 두루마기에 갓을 쓰는 등 전통양식을 고집하는 집이 있다. 또 주자가례(朱子家禮)에 맞는지 여부를 따지며, 조금만 달라도 눈살을 찌푸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문제의 핵심은 그게 아니다. 제사의 근본 뜻과 조상숭배 취지를 살리며 전통방식을 따르려 하나 세태가 급변해 속수무책 지경에 이른 데 있다. 제사와 묘지관리를 그런대로 유지해오던 부모세대는 점차 사라지고, 뒤이을 차세대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인구절벽, 가족해체 등 사회 전반 현상과 맞물린 결과다.
제례를 개선해 후손의 짐을 덜어주자는 것이 이에 따른 추세다. 이를 예견한 어느 종가 시어머니가 며느리들까지 평생 제사상만 차리게 할 수 없다며 종중과 논의해 이에 앞장섰고, 시아버지 역시 본뜻만 잃지 않으면 된다며 동의했다. 시부모 사후에 제사도 반드시 지낼 필요는 없다고 당부했다. 감동한 며느리가 온라인에 이를 올렸다.
반세기 전 박정희 정권 때 가정의례준칙을 만들어 제례 세목들을 규정하고, 어기면 처벌도 불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대부분 전통과 관습을 외면하는 처사라며 거부했다. 인위적인 제도 앞에서 그처럼 미동도 않던 제례가 가족해체시대라는 자연추세 앞에서 빠른 속도로 변모하고 있다.
장묘제도 그렇다. 효율적인 묘지 관리와 국토 활용을 위해서 매장보다는 화장을 해야 한다고 권장해도 20년 전에는 거의 요지부동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화장률이 80%를 넘었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세태변화가 그렇게 만들었다.
이런 흐름을 팔짱만 끼고 볼 수는 없다. 본래 취지를 유지하며 시대변화에도 부응하는 방안을 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야 할 때가 됐다. 노력하면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할 대안을 찾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