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인사이트]대기업·정부기관의 스타트업 따라 하기
2017-09-24 16:31
2013년 한 스타트업의 알람 서비스와 유사 서비스를 내놓아 논란을 일으켰던 A대기업은 지난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명 스타트업의 기능을 그대로 베껴 다시금 도마에 올랐다.
이 기업의 계열사에서 서비스하는 카메라 애플리케이션도 한 스타트업이 국내외에 서비스하고 있는 기능을 그대로 제공하고 있어 유저들과 언론의 입방아에 올랐다.
이와 함께 B기업의 사진 보정 서비스, C회사의 송금 서비스 역시 대기업의 스타트업 기술 베끼기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대기업의 스타트업 죽이기라는 비난에 직면했다.
이러한 베끼기 논란은 정부, 기관이라고 다를 바가 없다. 경찰청이 내놓은 ‘사이버캅’은 이미 2006년 서비스를 시작한 사기 정보 공유 사이트와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고, 올 3월에는 경기교육청이 자체 제작해 배포한 교사 업무용 메신저로 인해 이 시장에서 오랫동안 서비스하고 있던 한 회사가 큰 위기에 처해 있는 실정이다.
이와 같이 대기업과 정부, 기관의 무분별한 서비스 베끼기는 아이디어와 기술력을 갖춘 스타트업의 생존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서비스가 더 좋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과 마케팅에 유저를 빼앗기기 마련이다.
또한 정부와 기관을 대상으로 개발된 제품과 유사한 기능을 자체 개발해 사용한다면 스타트업이 애써 개발한 기존 제품들은 고사하고 말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러한 환경에서는 미래 대한민국을 대표할 만한 새로운 기업의 등장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2014년 이메일 스타트업을 인수해 화제가 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외의 모든 플랫폼에서 아웃룩을 사용할 수 있도록 유사 서비스를 운영하는 이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업체를 인수했기 때문이다.
구글 역시 유사 서비스 스타트업의 인수를 통해 서비스하는 제품들의 기능을 업그레이드하여 더 좋은 서비스를 유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러한 해외의 IT 대기업들은 자신들이 유사 서비스를 선보이는 대신 인수와 투자를 선택해 IT 생태계의 선순환을 일으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들의 인수와 투자는 웹, 앱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등 IT 스타트업들의 도전을 불러일으키는 효과를 낳고 있고, 수많은 인재의 IT 업계 진출을 독려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 횡행하는 대기업과 정부, 기관의 베끼기 사례는 이제 막 싹을 틔운 IT 스타트업들의 뿌리를 말리고 있으며 인재 진출을 막는 큰 먹구름이 되고 있다.
IT인들의 선망의 기업이 된 지금의 IT 대기업들은 닷컴 버블의 붕괴 등 각고의 어려움을 이겨내며 지금의 자리에 올라 있다.
하지만 이들이 보여주고 있는 행동은 치킨과 떡볶이 장사에 나서 비난 받은 대기업들의 골목상권 침해와 다를 바 없어 보인다.
많은 스타트업 관계자들은 좋은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이 비용과 효율 측면에서 이득일 것이라 이야기한다.
또한 정부와 기관 역시 스타트업이 문제없이 활동할 수 있도록 시장 환경을 조성하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길 바라고 있다.
올바른 투자와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자세야말로 국내 스타트업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IT 대기업과 정부의 자세가 변화하길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