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위 허베이철강·9위 서우강그룹 합병설 '솔솔'… 잇단 '철강공룡' 탄생, 한국 업계에 위협
2017-09-24 06:00
'양적확대 전략'으로 조강(쇳물) 생산량 세계 3위 자리에 오른 중국 허베이철강(河钢集团)과 세계 9위 서우강그룹(首钢集团)의 기업인수합병(M&A) 가능성이 최근 다시 제기되면서 국내 철강사들을 긴장케하고 있다.
두 기업의 합병설은 과거에도 여러차례 언급된 바 있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은 최근 '허베이철강의 전략적 대전환' 보고서에서 허베이철강이 서우강그룹과 합병을 통해 중국 북부시장 지배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놨다.
허베이철강과 서우강그룹이 합병하면 중국 내 최대 철강사이자 세계 2위인 바오우(寶武)철강을 넘어설 것이라는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 기업의 조강능력을 합치면 950만t으로 바오우철강의 850만t보다 크다. 생산 역시 지난해 기준으로 두 기업이 710만t을 기록하며 바오우철강(630만t)을 뛰어넘었다.
이만용 포스코경영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허베이철강의 질적 고도화는 중국에서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제품기술과 서비스 표준을 둘러싼 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라면서 "국내 철강업계도 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철강사보다 기술우위에 있다고 자부했던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에 위협적인 존재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허베이철강은 글로벌 진출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대일로 주변국을 중심으로 생산∙판매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글로벌 경쟁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동남아와 아프리카를 잇는 해상 실크로드와 중앙아시아를 거쳐 중동부 유럽으로 이어지는 육상실크로드에 자체 자원∙생산∙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해냈다. 가공∙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해 수출재 시장 영향력 지속을 확대하는 것이다.
올해를 기준으로 유럽‧미주 국가를 중심으로 한 허베이철강의 연간 거래량은 200만t에 달한다. 허베이철강은 미국‧호주‧남아공‧스위스‧홍콩 등 30여개 국가에 60억 달러(약 6조8000억원) 규모의 해외 자산을 소유하고 있다.
허베이철강은 국내 최대 철강사업체 포스코와의 협업 소식을 알리며 한국에도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중국야금보(中國冶金報)에 따르면 위융(於勇) 허베이철강 회장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달 29일 포스코 서울 본사에서 전면적인 협력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허베이철강과 포스코는 전략기획·원료자원·철강기술·친환경에너지 등 4개 영역에서 교류와 협력을 이어가게 된다. 또한 양사는 허베이성 러팅(樂亭)현에 있는 허베이철강 제철소에 세계 선진 기술과 성숙한 제철 기술을 도입해 친환경 에너지 제철소로 만드는데 협력하기로 했다.
한편 글로벌 철강사들도 잇따라 합병에 나서며 국내 철강사를 위협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철강 업체인 티센크루프와 인도 타타스틸이 지난 20일 유럽 사업을 합병하기로 하면서 유럽 2위 규모의 철강 공룡이 탄생했다.
세계 1위 철강 업체 아르셀로미탈 역시 지난 6월 이탈리아 최대 철강사 일바를 인수하는데 성공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세계 4위 철강사 NSSMC가 닛신제강을 합병한 데 이어 8월 일본 내 전기로 9위 업체 동경제철과 12위 이토제철이 통폐합기로 했다.
정부 주도로 구조조정 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국에서도 구조조정이 끊이지 않고 있다. 베이징상바오(北京商報)는 천더룽(陳德榮) 바오강철강 총경리가 지방의 철강 국유기업들과 합병을 논의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이처럼 세계 철강사들이 인수합병을 통한 생산 합리화, 수익성 제고에 나서면서 국내 철강사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가 예상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당장 중국 등의 구조조정에 따른 공급 과잉 해소로 국내 철강사들이 반사이익을 볼 수 있지만, 향후 경쟁력을 높인 해외 철강사들과의 경쟁이 한층 힘겨워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