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교포 리차드 리, 아버지와 함께 이룬 ‘KPGA의 꿈 ’
2017-09-17 17:31
캐나다 교포 리차드T. 리(27·한국이름 이태훈)가 간절했던 KPGA 무대에서 뛸 수 있게 됐다. 먼 길을 돌아 아버지의 뒤를 이어 KPGA 투어에서 프로로 뛰는 꿈을 이루게 됐다.
리차드는 17일 인천 서구 베어즈 베스트 청라 골프클럽 아메리칸, 오스트랄아사이 코스(파 71)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아시안 투어 신한동해오픈(총상금 12억원) 최종 라운드에서 버디 7개 보기 2개로 5언더파를 치며 최종 합계 11언더파 273타로 10언더파 274타를 마크한 그린을 한 타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리차드는 우승상금 2억 1600만 원과 함께 한국프로골프 투어 5년 시드를 받게 됐다. 한국 선수 중에는 송영한과 DGB금융그룹대구경북오픈에서 생애 첫 승을 거둔 서형석이 9언더파 275타로 공동 3위, 김기환이 8언더파 276타로 공동 6위를 마크했다.
2013년 아시안투어에 데뷔해 2014년 필리핀에서 열린 솔레어 오픈에서 우승한 리차드는 3년 만에 아시안 투어 2승을 달성했다. 2007년 프로로 데뷔한 리차드는 2015년 아시안 투어 상금랭킹 7위에 올랐다. 올 시즌 아시안 투어 최고 성적은 방글라데시 오픈에서 기록한 13위다. 2년 전부터 어깨가 좋지 않았는데 올해 재활을 통해 극복했다.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 가빈 그린(말레이시아)에 2타 차 뒤지며 공동 6위를 기록한 리차드는 1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며 주춤했지만 2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이를 만회했다. 이어 8번홀(파4)부터 11번홀(파4)까지 4연속 버디를 기록하며 우승에 다가갔다. 특히나 10번홀(파4) 홀까지 10m가 넘는 그린 밖에서 퍼팅을 해 버디를 잡는 장면은 4라운드의 하이라이트였다. 11번홀 버디로 11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선 리차드는 12번홀(파3)에서 그린이 보기를 함에 따라 단독 선두로 뛰어올랐다. 이후 파 행진을 펼치며 한 번도 공동 선두를 놓치지 않았다. 거센 바람도 리차드의 샷을 흔들지 못했다.
리차드는 “우승을 해서 기쁘다. 이번 대회를 위해 3주간 열심히 했다. 부상 후 안 좋았지만 열심히 훈련했다”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난 리차드는 KPGA에서 골프 선수로 활약했던 아버지 이형철(58)씨로부터 골프를 배웠다. 아버지는 최경주와 가까운 사이다. 2007년 리차드가 아마추어 신분으로 U.S. 오픈에 출전했을 때 최경주와 함께 연습 라운드를 한 추억도 있다.
리차드의 골프 중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아버지 이형철씨다. 리차드는 “아버지께서 ‘절대 포기하지 말아라’. ‘항상 자신감을 가져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회상했다.
최근 리차드는 힘든 시간을 보냈다. 부상과 부진으로 2016년부터 아시안 투어에서 10위 안에 들지 못했다. 신한동해오픈 우승은 리차드에게 필요했던 인생의 전환점이다. 리차드는 “올해에 KPGA Q스쿨에 응시하려 했다. 하지만 우승을 해 그럴 필요가 없다. 앞으로 한국에서 활동하겠다. 그동안 부모님께서 뒷바라지를 해주셨으니 우승 상금으로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리차드는 2018년부터 5년 간 KPGA 시드를 받게 됐다. 리차드는 1년 전부터 잠실에서 살고 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오는 21일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열리는 제네시스 챔피언십에 출전할 수 있게 된 리차드는 “지난주 잭 니클라우스에서 쳤는데 성적이 좋다.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선수가 KPGA에서 꿈을 이어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