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펫코노미] ②동물보호법 "반려동물 소유주 관리의무 강화에 초점"

2017-09-14 18:38
반려동물 소유주의 관리의무 강화하는 '동물보호법 개정안' 잇단 발의
영국은 개 물림 사고로 피해자 사망하면 견주에게 최대 14년 징역형

# 지난 8일 전남 무안에 사는 최모씨(64)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승강기 안에서 목줄이 풀린 채 있는 개 두 마리를 목격했다. 최씨는 견주인 미국인 A씨(40)에게 반려견에 목줄을 채울 것을 요구했지만, A씨는 이를 거부하며 최씨를 승강기 밖으로 강하게 떠밀었다. 복도에 쓰러진 최씨는 머리뼈를 크게 다쳤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A씨를 폭행치상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고, 법무부에 A씨의 출국금지를 요청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이로 인한 이웃 간의 갈등도 증가하고 있다. 2015년 서울시가 8개 자치구(강동‧강북‧강서‧금천‧동대문‧동작‧서대문‧중랑)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소음‧배설물‧물림‧목줄 미착용 등 반려동물로 인한 민원이 1018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8개 구에 접수된 층간소음 관련 민원 188건보다 5배 이상 많은 것이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반려동물로 인해 타인에게 공포감이나 불쾌감을 유발하지 않도록 소유주를 제재하는 규정이 없어 개선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황주홍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8일 대표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반려동물 소유주의 의무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황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반려동물 소유주는 동물이 타인에게 소음 또는 공포감 등을 유발하지 않도록 주기적으로 교육이나 훈련 등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황 의원에 앞서 장제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7월 맹견 소유주의 관리의무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장 의원은 개정안을 통해 맹견에 의한 사고 발생 시 소유주 등의 동의 없이도 해당 견에 대해 격리 등 필요한 조치를 즉각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소유주에게도 맹견의 안전한 사육 및 관리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관리의무 소홀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 시 소유주 등의 처벌을 강화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맹견 관리 부주의로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하면 소유주에게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맹견을 전문가의 판단에 맡겨 분류하고, 맹견에 의한 사고 발생 시 과태료 처분 규정을 상향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동물보호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의 주승용 의원이 지난 1일 대표발의한 개정안은 동물보호법의 제명을 '동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개정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주승용 의원의 개정안은 맹견에 대해 어린이 보호시설 및 다수인 이용 장소의 출입제한 규정을 마련한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는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청소년 시설 및 유원지·공원·경기장 등 다수인이 이용하는 장소 등에는 출입을 금지 또는 제한토록 했다.

해외에서는 반려동물에 대해서는 철저히 보호하면서, 맹견에 대해서는 사고 예방을 위해 사육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영국은 1991년부터 이른바 '위험한 개 법(dangerous dogs act)'을 시행 중이다. 맹견을 특별통제견으로 정하고, 사육을 위해서는 법원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이와 함께 보험 가입과 중성화 수술, 마이크로칩 삽입을 의무화해 임의로 번식이나 판매·교환을 할 수 없게 했다. 아울러 개 물림 사고로 피해자가 사망하면, 견주는 최대 1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프랑스에서도 맹견을 키우려면 시청의 허가가 반드시 있어야 하며, 면허와 보험도 의무화했다. 또한 맹견은 주기적으로 행동평가를 받아야 한다. 독일은 맹견을 19종으로 세분화하고, 위험성이 큰 4종(아메리칸 핏불 테리어·아메리칸 스태퍼드 테리어·스태퍼드셔 불 테리어·잉글리시 불 테리어)은 일반인의 소유가 금지돼 있다.

뉴질랜드와 스위스에서도 맹견관리자격제도를 도입해 견주가 위험한 개를 다룰 능력이 되는지를 판단하고, 맹견은 정기적인 훈련을 받도록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