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주도 대규모 취업 박람회 ‘보여주기 행사’ 전락…청년구직자 외면·기업은 눈치보기
2017-09-14 14:13
정부 주도 일자리 창출 한계, 일시적 행사 보다 내수 활성화 시급
“솔직히 기대는 안 해요. 즉석에서 면접을 보더라도 실제 최종 합격까지 가는 경우가 거의 없으니까요. 그저 면접 보는 기회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왔어요.”
14일 국회에서 열린 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구직자는 취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고 했다.
청년에 따르면 정부가 주관하는 채용 박람회의 경우 참여 기업은 많지만, 실제 취업까지 연결되는 사례는 전무하다시피하다.
때문에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실효성이 낮고, 민간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고용에 나서는 구조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와 국회에 따르면 이날 열린 '2017 대한민국 청년일자리 박람회'에는 CJ, 포스코, GS 등 220여개 대기업, 우수 중소·중견기업 등이 참여해 청년 2000여명을 채용할 예정이다.
최근 극심한 취업난을 반영하듯 박람회에는 취업을 알아보러 온 구직자로 발 디딜 틈이 없었고, 일부 대기업 부스는 면접을 대기하는 줄이 꼬리를 물고 있었다.
막 면접을 보고 나온 구직자에게 다가갔는데 표정이 그리 밝지 않았다.
청년은 “두 시간 넘게 줄 서서 기다렸는데 정작 면접 보는 시간은 몇 분이 채 안 되고, 질문도 신변잡기에 그쳤다”며 “규모가 큰 박람회일수록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데 여기서 면접 본 지원자가 취업할 확률은 10%도 채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대다수 기업들은 올 하반기 채용계획이 없거나 확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17년 하반기 정규 신입직 채용계획’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응답 기업 414곳 중 약 3분의 1 가량이 아직 채용계획을 정하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올 하반기 대졸 신입 공채를 진행하는 기업은 155곳으로 전체 응답 기업 중 37.4%에 그쳤고, 30.2%(125곳)는 신입 채용 계획 자체가 없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의 일자리 창출은 한계가 있고, 일시적 채용 행사 보다 내수 활성화 등 구조적 요인을 해결해 민간 기업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김광석 한양대 겸임교수는 “최근 고용시장은 노동력의 과잉공급, 고용 여력이 없는 기업들의 수요 부족이 겹쳐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가 내수 회복 정책을 꾸준히 추진해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여력을 만들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3일 은행과 보험, 증권, 카드사 등 금융권이 처음으로 합동 채용 박람회를 연 것처럼 민간 기업 공동이 자체적으로 채용에 나서는 것이 일자리 창출에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