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회의원 68人"'무릎 꿇은 엄마' 지켜주지 못해 죄송"…'특수학교 의무화법' 조만간 발의

2017-09-13 16:53

더불어민주당 박정·노웅래·민병두·김영호 의원이 13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릎 꿇은 엄마' 앞에 국회의원 68명이 고개를 숙였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민병두(3선) 의원과 김영호·박정(초선) 의원은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 의원 68명이 이름을 올린 '장애학생들이 차별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필요한 곳에 특수학교가 설립돼야 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의 '집단 성명'에는 서울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에 반대하는 일부 강서구 주민들과 장애 학생을 둔 부모·서울시 교육청 간 갈등이 심화될 때까지 '갈등 조정'과 '사회적 약자 보호'라는 정치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의 의미가 담겼다. 장애가 있든 없든, 국민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와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법·제도를 정비하겠다는 다짐과 선서이기도 했다.

이들은 "강서 지역 특수학교가 모두의 박수 속에 설립돼 우리나라가 편견 없고 배려가 넘치는 아름답고 성숙한 사회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호 의원은 지난 6일 강서구 지역 주민의 폭언 속에 무릎을 꿇고 특수학교 건립을 호소하는 장애 학생 부모들의 모습에 "너무 슬펐다"고 했다. 그는 12일 밤 민주당 의원 120명 전원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방에 '장애 학생들이 교육받을 기회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함께 낼 것을 제안했다. 한 초선 의원의 제안에 초선, 중진 할 것 없이 힘을 보탰다. 이날 성명을 발표하기까지 약 12시간 동안 68명의 의원이 참여 의사를 밝혔다.

마침 법적 보완책도 준비 중이었다. 김 의원은 두 달여 전부터 '특수학교 건립 의무화법'을 준비 중이다. 장애 학생은 어느 지역에나 있기 때문에 이들이 마음 놓고 공부할 학교도 어디에나 있어야 한다. 마련 중인 법안의 기본 틀은 장애인 학교 건립에 '특정한 기준'을 만들고 그 기준 이상이면 장애인 학교를 의무적으로 짓도록 하는 내용이다. 

'카톡'을 뒤늦게 확인한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직접 전화를 걸어와 동참 의사를 밝히면서 뜻을 같이하는 동료 의원들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민병두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도시는 '소셜믹스(Social Mix)'가 기본적 원칙"이라며 "계급, 종교, 장애와 비장애와 관계없이 도시와 교육은 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낼 수 있어야 한다. 그럴 때 도시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되고, 그 속에서 교육은 더 배울 수 있는 게 많아진다"고 강조했다. 노웅래 의원도 "사회 약자에 대한 배려가 우리 국력의 척도이자 문화의 척도"라며 "행복 추구권과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한 헌법 정신대로, 단순한 촉구를 넘어 실제로 특수학교가 설립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정 의원은 "정치인의 역할이 사회 갈등을 조정하는 것인데 이 일이 방치될 때까지 수습하지 못한 데 대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장애인으로서 교육 받을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함께 좋은 방법을 찾고 이 문제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소속 국회의원들이 한뜻으로 뭉치자 여당 지도부도 나섰다. 여당 지도부가 특수학교 건립 문제를 국회 차원에서 해결할 방도를 적극적으로 찾아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야당 의원들의 동참도 설득한다. 

김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장애인 학교가 들어온다고 하면 하필 '왜 우리 지역이냐' 하는 지역 이기주의가 있는데 특정한 기준을 정해 그 기준 이상이면 장애인 학교를 의무적으로 짓도록 한다면 주민들도 좀 수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지금도 지자체별로 일정 주기마다 관할 내 장애인 현황을 파악하고 정책을 세우게 돼 있다"며 "이런 조사 결과와 연계해 교육 대상자 수 규모에 따라 장애인 학교를 (의무적으로) 설치토록 할지 등을 포함해 구체적인 기준을 고민 중"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기준은 입법조사처, 시·도교육청 등과 논의 중이며 최종 조율해 9월 중 발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