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일의 비바 ROK!] ​북한에 퍼 바치기는 예정된 수순? 그나마 ‘1975년4월30일’ 악몽 없으려면

2017-09-13 20:00

김현일의  비바 ROK!

 

       [사진=김현일 초빙논설위원]



북한에 퍼 바치기는 예정된 수순?
그나마 ‘1975년4월30일’ 악몽 없으려면

김현일 초빙논설위원

'중상(重傷) 아니면 사망'
대형 사고가 발생했을 때 터져나오는 탄식이지요. 궁지에 몰릴 대로 몰린 사업가들의 ‘잘해봤자 반(半)본전이 고작’과 같은 맥락의 넋두리일 겁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빚어진 위기상황 속에 허둥대는 우리의 처지가 바로 이짝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슨 불길한 얘기를 그리 쉽게 떠벌리느냐고요? 아닙니다. 재수 없는 말을 지껄인다고 힐난할 계제가 아니지요. 이제 솔직하게 까놓고 난국 타개 방안을 심각하게 논할 때가 됐습니다. 결국 북한에 왕창 퍼 바치거나 종살이 수준의 곤욕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는 탓입니다. 중상 아니면 사망이 별것이겠습니까.
이번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많이 등장한 단어 중의 하나가 ‘대북(對北) 운전대’입니다. 지난 6월 한·미 정상회담 뒤 나온 것이라 다들 기억하실 겁니다. 청와대는 한반도 문제해결에서 한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라고 선전했습니다. 비판론자들이 ‘우측 깜빡이를 켜고 좌로 틀면 어쩌느냐’고 했던 그 운전대론 말입니다.

◆운전기사로는 운전대 잡아봤자
국가 위기상황에선 설령 마뜩지 않더라도 통수권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게 도리입니다. 그런데도 비판이 먹혀든 까닭은 정말 감당할 자신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강했고, 이어지는 현실이 이를 방증했기 때문입니다. 청와대 주변 인사들의 미심쩍은 과거 행적도 크게 작용했고요. 엊그제 이낙연 총리가 국회 본회의 답변에서 “확대 해석되고 있다. 한국 주도권을 인정한 게 한·미 연합방위력 제고, 평화통일 환경조성 두 곳 나온다. 핵문제에 관해서는 그런 언급이 없다”고 해명한 것도 우연이 아닐 터입니다. 한반도 현안의 핵심이 북한 핵과 미사일이고, 여태껏 언론들이 그런 관점에서 언급을 해왔음에도 가만히 있다가 이런 말을 하는 불편한 속내가 어떨지는 대충 짐작되니 접어두기로 하지요. 하기야 진보·보수 여부를 가릴 것 없이 역대 정부가 한심한 짓거리를 거듭했으니 야당도 큰소리 칠 주제가 못 됩니다. 수준만 다를 뿐 북한의 기만과 벼랑끝 전술에 속아 넘어간 못난이거나 ‘공범’이었습니다. 여하튼 눈여겨볼 대목이 총리 답변에 있기도 합니다. ‘확대 해석-핵문제에는 없다’는 부분 말입니다. 또 다른 확대 해석이라고 투정할지 모르나 총리 말을 곱씹으면 핵문제는 미국 몫이라는 풀이가 가능합니다.

◆군사충돌 피해도 돌아올 것은 뒤치다꺼리
‘운전대’론이 발표됐을 때 “운전대를 잡더라도 ‘오너드라이버가 아닌 운전기사(chauffeur)'라면 얘기가 전혀 다르지” 했었는데 딱 그리 전개되는 형국입니다. 오너드라이버는 자기가 방향을 정해 나가지만 기사는 지시에 따라 핸들을 돌려야 하니까요. ‘지시자’가 조수석에 앉았건, 뒷자리에 앉았건 상관이 없습니다. 군사적 충돌 위기를 넘긴 미국과 북한이 협상 쌍방이 돼 모종의 결과를 도출해 내면 뒤치다꺼리나 하는 신세를 면치 못하리란 뜻입니다. 이른바 북한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이 맞아떨어지면서 한국은 뒷전에서 구경이나 하다가 밑돈이나 대주는 ‘호구’가 될 소지가 다분합니다. 한국 수도권 2500만은 북한 야포 사정권 내에 있는 인질입니다. 때문에 미국으로서도 선택여지가 옹색하거니와 한국정부가 반전(反戰)이나 거푸 외칠 것이므로 예상되는 충분한 시나리오지요. 한때 반전·반핵(反核)을 부르짖다가 북한이 핵을 보유하자 반핵은 밀쳐두고 반전만 강조한 이들이 대통령을 에워싸고 있습니다. 게다가 ‘커밍 아웃’ 소식조차 들은 적이 없으니 딱합니다. 싸우라고 충동질하는 게 아니라 전쟁 불사 각오라도 다져야 그나마 우리 의지가 실린 해결을 기대할 수 있는데, 애당초 글렀다는 얘기지요. 아무튼 핵·미사일 개발을 끝낸 북한의 1단계 전략이 마무리되는 수순일 겁니다.

◆청와대 주변 향한 국민 의구심 해소도 시급
이 과정에서 미·북 평화조약이 체결되고 주한미군 철수 협상으로 이어지면 한국의 안보는 한 치 앞도 내다보기 어려운 나락으로 치달을 소지도 배제하지 못합니다. 양키 고 홈(Yankee go home)을 외친 이들이 대통령 주변에 다수 포진해 있어 더 미덥지 않은 국민들입니다. 각계에 침투한 ‘수만명’의 간첩이 준동하는 판에 ‘통일 낭만주의자’들이 숱하니 아찔할 만합니다. 안보의 안전판 역할을 하던 보수 중산층이 직전 대통령의 실정으로 찢기고 지리멸렬한 현실도 위태로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상전(上典)’이 될 북한의 요구도 요구려니와 이쯤에 도달할지 모를 남북 연합단계에서의 북한의 황당한 ‘강압’은 중상 그 이상일 겁니다. 거부하면 된다고요? 몇 년 전 필자는 남북관계를 걱정하며 우리 처지를 ‘조폭 제비족에 덜미 잡힌 강남 부인’에 비유했었습니다. 마수에서 헤어나기 쉽지 않음을 말하려 천박함을 무릅썼는데··· 좌우간 올가미는 더욱 옥죄어진 상태입니다.

◆주한미군 철수가 적화통일 전 단계?
북한이 적화통일을 포기한 적은 그들 정권 출범 이래 지금까지 단 한 시도 없었습니다. 주한미군이라는 버팀목이 결정적 장애였습니다. 그러니 안팎의 호응 압박으로 미군이 발을 빼면 이어질 상황은 빤합니다. 월남은 미국과 월맹 간 파리 평화협정이 체결된 지 2년3개월 만에 멸망했습니다. 왜 망했는지, 지금부터라도 우리를 돌아보고 심각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사이공이 함락된 ‘1975년 4월 30일’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님은 분명히 알아야 합니다. 그게 누구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진지한 반성 없이 딴짓하면 벌 받습니다.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겁니다. 북한도 겁 없이 날 뛰고 있지만 한계는 확실합니다. 그러니 정신 차리면 길이 있겠지요. 비바 R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