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이노우에 피치항공 사장 “아시아의 LCC로 자리잡겠다”
2017-09-14 09:57
“2020년에는 35대의 항공기를 운영하는, 아시아의 저비용항공사(LCC)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겠다.”
이노우에 신이치 피치항공 사장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앞으로 고객의 사랑을 받는 항공사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피치항공은 현재 A320 19대로 일본과 한국·대만에 취항하고 있으며, ‘가격경쟁에서 가치창조’를 취항 5주년의 새로운 슬로건으로 내걸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LCC인 피치항공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하늘 길을 열고 있어 ‘하늘을 나는 전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2012년 첫 번째 국제선으로 인천~오사카 노선을 취항했고, 현재 인천~오키나와(나하), 인천~도쿄(하네다), 부산~오사카(간사이)까지 한국에 4개 노선, 하루 7편의 항공을 운항하고 있다.
이노우에 사장은 한국시장이 피치항공 성장의 원동력이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그는 “한국은 피치항공에서 첫 국제선 운항 취항지로 결정할 정도로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핵심시장”이라며 “콜센터 체제 리뉴얼 등 고객 편익 제고를 위한 서비스 강화는 물론 다채로운 프로모션 기획을 통해 일본 여행의 즐거움과 혜택을 더욱 증진시킬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치 이용객은 개인 여행객이 많은 만큼 한국의 진정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도록 스타일에 맞는 한국 여행에 관한 안내가 필요하다”며 “내년에 평창올림픽이 열리기 때문에 일본인에게 한국 관광에 대해 소개하면 일본인의 한국 방문도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탑승률도 꾸준히 상승했다. 2012년도 평균 77.9%에서 지난해 88.3%로 피치항공 전 노선 중에서도 인기 노선이다.
◆합리적인 가격 앞세워 ‘2030세대’ 공략
피치항공은 탁송 수하물, 좌석 지정, 기내식 등 모든 서비스에 비용을 매기는 것으로 유명하다. 국내 LCC를 생각하고 대충 알아보고 탔다가 추가 수수료를 물기 십상이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안하고 피치항공을 타는 젊은 고객이 늘고 있다. 그만큼 합리적인 가격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이노우에 사장은 “설립 당시에 비용이 높은 나라에서 이런 가격으로 수익을 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많았지만, 피치는 4년 연속 순익이 늘어나면서 피치의 철학이 틀리지 않다는 점을 당당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치에서는 주 타깃을 여성 고객으로 삼고 차별화 전략을 펼친 것이 한국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복숭아(피치) 색깔 컬러의 비행기와 객실 승무원의 유니폼도 한국 시장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지 현지 목소리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피치항공은 지난해 기준 20~30대 고객이 절반을 넘으며, 여성 비율이 53%로 높다. 또 국내항공사와 달리 여행사를 통한 패키지 판매가 거의 없다. 개인 여행객(FIT) 비율은 95%로 이들은 웹사이트를 통해 구매하고 있다.
젊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으면서 피치항공은 매년 매출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3년 305억엔(3200억원)이던 영업수익은 지난해 517억엔(5428억원)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20억엔(209억원)에서 63억엔(661억원)으로 대폭 성장했다.
이노우에 사장은 “기본적인 품질에 많이 신경을 쏟고 있고, 지난해는 99.3%의 취항률을 달성했다”며 “오는 12월에 비트코인 서비스를 도입해 고객의 편의성을 생각하며 성장해 나가겠다”고 소개했다.
◆“LCC 시장 성장할 여지 많다”
국내 LCC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여파로 국내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 대신 일본 노선을 대폭 증편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노우에 사장은 “전 세계 시장에서 동북아시아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라며 “동북아시아 시장의 점유율이 30~4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데, 피치에는 성장하기 좋은 기회이다”라고 말했다.
기존 노선 외에 대구 공항을 기점으로 한 신규노선 취항계획을 묻자 그는 “한국노선은 피치에서도 인기 노선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노선 전개를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노선은 아직 언급할 수 없는데, 앞으로 한국 고객에게 기쁜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또 한국 도시의 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삼는다는 계획도 현재로선 정해진 것이 없다고 밝혔다. 피치항공은 오사카 간사이를 거점공항, 오키나와 나하를 제2거점공항으로 이용 중이며, 이달 말 센다이를 세 번째 거점공항을 지정하고 내년에는 홋카이도를 네 번째 거점공항화할 예정이다.
이노우에 사장은 “거점 공항을 만들 때는 늘 편도 4시간 이내에 있는지를 생각한다”라며 “구체적으로 어느 지역을 선택할지는 말할 수 없지만 한국과 타이베이는 후보지에 포함돼 있다”라고 전했다.
그는 “한국 시장 덕분에 피치항공이 성장할 수 있었다”며 “아시아의 가교가 되는 브랜도로 발돋움하기 위해 다음 스텝을 밟아가겠다”고 말했다.
◆ANA와의 서포트는 협의 단계
피치항공은 출범 당시 전일본공수(ANA)가 3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지분 재확보를 통해 60% 지분을 확보한 대주주로 등극했다. 시작부터 ANA의 손을 빌리지 않고 시작한 피치항공은 현재 시너지를 내기 위해서 협의를 하고 있다.
이노우에 사장은 “ANA와 구체적인 서포트 체제에 대해서 협의를 시작하는 단계”라며 “승무원 훈련과 운항기술 등 향후 피치항공의 성장을 위해 충실해야 하는 영역에서 여러 가지 지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NA에 피치항공의 노하우를 활용할 수 있는 영역도 있을 것”이라며 “공항에 대한 효율적인 핸들링 체제의 구축 등에 대해 정보 제공을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