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김현아 의원 "기회의 재생이 곧 도시재생...청년들 주체돼야"
2017-09-12 13:39
- 국회 도시재생전략포럼 공동대표...."사회적금융과 청년스타트업 연결 채널 만들 것"
지난 4일 저녁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 한 평양냉면집에서 김현아 의원(49·자유한국당)을 만났다. 6개월 전 만남에선 희끗희끗한 머리가 제법 멋스러워 그만의 시그니처(Signature·특징)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이날 왠지 염색을 하고 나왔다. 그는 주말에 제주도에서 도시재생 관련 포럼이 있어 염색을 했다고 했다.
할리우드 여우(女優) 오드리 햅번의 말년 주름 가득한 얼굴은 로마의 휴일에서 그레고리 팩과 호흡을 맞췄던 그를 기억하는 팬들에게 충격이 아니라 오히려 다른 컬러의 매력으로 여겨졌다. 세월의 흐름을 받아들일 줄 아는 여유와 자신감으로 팬들은 해석한 것이었다.
부동산 전문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김 의원의 40대 후반은 기자에겐 그런 느낌이었다. 그는 기자의 질문에 맞춤형 대답이 아니라 항상 자신의 논리와 생각을 말했었고, 몇 가닥의 흰 머리는 기자의 뇌리에선 그의 자신감 같은 것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몇 마디 인사말을 나누는 사이 둘은 냉면 한 그릇씩을 비웠다.
그가 말한 주말행사는 제주시 김만덕기념관에서 열린 ‘스타트업 도시를 뛰게 하라’는 주제의 세미나였다.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도시재생전략포럼(이하 도전포럼)의 주최로 열린 행사였다. 그는 같은 이름의 의원 연구단체 멤버이기도 하다. 국회의원 임기와 함께 도전포럼의 활동이 단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연구단체를 기반으로 사단법인을 만들었다. 그는 제주도 세미나를 시작으로 앞으로 지방자치단체를 돌며 청년 스타트업을 도시재생과 연계해 지원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도시재생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다소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기자는 이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어느 전문가에게서도 듣지 못했다. 그만큼 방대하고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도 “100인이면 100가지 대답이 나올 질문”이라고 했다.
그는 “도시는 맨해튼처럼 다양한 기회를 누릴 수 있는 곳인데 우리의 도시는 개발경제를 선택하면서 지난 수십년간 땅값만 오르고 쇠락해 버린 곳으로 전락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도시재생이란 단순히 건물을 새로 짓는 게 아니라 그 안에서 누릴 수 있는 여러 가지 기회들을 되살리는 작업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문재인 정부의 50조원 도시재생에 대해서 그는 “임기 중 500곳의 사업지를 선정해 50조원의 재정을 투입하겠다는 식의 도시재생은 속도전을 떠올리게 하는 과거의 방식과 다를 것이 없다”며 “4차 산업혁명이란 변화의 틀 속에서 자본주의 사회 시스템 전반을 리모델링하는 과정의 일부로 도시재생에 접근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회의 재생이란 개념의 도시재생 방식 실현 주체로 청년을 꼽았다. 그는 “청년들에게 투자하는 게 미래에 대한 가장 확실한 투자”라고 말했다. 사회적 금융과 사회적 활동을 하는 청년 스타트업을 연결해 초기 자생적 성장이 가능한 연결 고리를 만들자는 게 그의 구상이다. 초기 투자자금을 지원해주고 성장궤도에 올라 다른 투자자금이 유입되면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의 엑셀러레이터 역할을 연결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입법을 통한 청년 주거복지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최근 국토교통위 소속 의원으로서 ‘장애인·고령자 등 주거 약자 지원에 관한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소득과 자산이 일정수준 이하인 청년과 탈북자·노숙인·한부모가정을 주거 약자 범위에 포함시킨 게 골자다. 그는 “전·월셋값 폭등으로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주거난민으로 내몰리는 청년들에게 실질적 주거지원을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내용은 국토부가 조만간 발표 예정인 주거복지 로드맵에도 포함될 예정이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은 돈 버는 자체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돈을 버는지에 대해서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이 같은 의식의 변화가 공간의 재생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엔 고향에 돌아가 살고 싶어하는 청년들이 많은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는 게 이들의 고민”이라며 “귀향을 결심한 청년들을 지원하는 스타트업도 청년들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도시 공간의 재생은 그것에 대한 점유 형태의 변화에 발맞춰 이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공유경제가 확산되면서 공간에 대한 공유 개념도 확대되면 주택 수급에 대한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아파트 한 가구를 세 명이 공유하면 사실상 세 가구가 공급된 것이란 식이다.
그는 “공간에 대한 수요도 연령대별로 극명하게 다르다”며 “이 같은 변화를 반영한 리모델링 사업이 지방에서도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10대는 밴드 연습을 위해, 20대는 파티를 위해, 30대는 업무를 위해 주로 공간을 대여하는데 최근 호텔이나 모텔을 개조해 연습실이나 파티공간을 대여해주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재생 과정에서 공유 개념은 공공성으로 확대되고, 궁극적으로는 공공성이 공간의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과거엔 아파트에서 전용공간 비중이 지금보다 확연히 컸다”며 “하지만 지금은 주차공간과 커뮤니티 공간 등 공유되는 면적이 결국 아파트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실감한 단계까지 왔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재건축을 할 때 단지 안에 이웃 주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공공문화시설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정비사업 개념이 바뀌게 될 것”이라며 “재건축 조합들을 만나 단지를 개방하고 공유공간을 확대하는 게 가치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인식을 확대하는 데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대료 상승으로 원주민이 떠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 대한 견해도 나왔다. 그는 “가치 상승이 없는 도시재생은 의미가 없다”며 “젠트리피케이션은 도시재생 과정에서 불가피한 문제”라고 전제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기 위해 가치 상승 자체를 차단하는 잘못된 처방이 나와서는 안 된다”며 “무조건 임대료 상승만을 막을 게 아니라 임대수익과 매출수익을 임차인이 함께 나울 수 있는 상생방안을 찾는 게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지적했다.
냉면 한 그릇에 이어 둘이 수육 한 접시를 비울 때쯤 그는 향후 의정활동에 대한 포부도 내비쳤다.
대학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그는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원으로 줄곧 부동산 전문가의 길을 걷다 20대 국회에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입성했다. 이후 여당 대변인으로 활동하며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기도 했다.
그는 “국회의원이란 사욕 안 부리고 좋은 일 하자고 치면 참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직업”이라며 “청년 창업지원 등 사회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의정활동을 통해 실현시키는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