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혼돈의 시간' 포용을 배우자
2017-09-10 23:00
무서운 시대다. 부산 여중생 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청소년 범죄로 전국이 들끓고 있다. 강릉시, 아산시에 이어 서울시, 부천시, 세종시 등 지역별 폭행 사건이 뒤늦게 드러나며 충격을 주고 있다.
"마음을 가다듬고 사건 영상을 봤는데 성인 범죄를 넘는 폭력에 심장이 떨리고 다리가 풀린다"며 한 가해자 부모가 공개적으로 밝혔을 정도다.
소년법을 개정하자는 주장이 쏟아졌고, 폐지 청원 서명운동은 25만명을 훌쩍 넘겼다. 분노가 극에 달한 것이다.
높은 국민적 관심과 심각성을 보여준 사건이 또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1개 포대가 지난 7일 경북 성주군 초전면 성주 사드 기지에 배치됐다. 지난해 7월 13일 국방부가 성주를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발표한 지 422일 만이다.
"우리 머리 위에 핵이 놓여 있는데, 방어무기 하나 배치하는 데 이렇게 긴 시간이 걸렸다는 것 자체가 납득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우여곡절 끝에 배치했지만, 성주는 바람 잘 날 없다. 사드 배치 반대 측에선 또다시 기지로 통하는 도로를 차단하고 차량 검문을 실시했다. 사드 갈등의 장기화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후속조치가 필요하다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지시에 송영무 국방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부랴부랴 정부서울청사에서 합동브리핑도 했지만 소용이 없다.
특히 김은경 장관이 "사드 레이더의 전자파 발생에 따른 주민건강 및 환경 영향은 우려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설명하는 모습엔 무력감을 느꼈다. 식상했기 때문이다.
국민 화합의 주체여야 할 일부 정치인들은 '사드 전자파가 인체를 태워 죽일 수 있다'는 등으로 광기를 드러낼 때도, 또한 실제 측정된 전자파가 '0'이나 마찬가지로 증명됐을 때도 '꿀 먹은 벙어리'처럼 침묵하지 않았던가. 전자파 괴담에 빠진 일부 주민들의 집단 반발이 여전한 것이 자연스러울 정도다.
사드 반대집회에서 '전자파 밑에서 내 몸이 튀겨질 것 같아' 라는 노래를 부르며 춤추고 장난쳤다는 의원까지 있지 않았나. "그들에게 북핵 방어와 군사 주권이 과연 있기나 한지 따져 묻고 싶다"는 국민이 한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괴담을 부추긴 당사자들은 반성의 기미가 없다.
지난번 촛불시위 때 '이게 나라냐'는 구호가 일각에서 재등장하고 있다. 경제는 저출산·고령화 심화와 고용 없는 성장으로 갈수록 활력을 잃고 있다. 세계질서 재편을 놓고 벌이는 강대국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풍전등화의 위기다.
좌우의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고 상대편을 증오의 대상으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사회 곳곳에 스며들었다. 불행의 싹이다.
나라가 약해지면 주변국들이 언제라도 호시탐탐 넘본다. 과거를 볼 때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하는 건 내부의 갈등이다. 임진왜란(1592)과 병자호란(1636)이 그러했다. 일제강점기(1910~1945)와 한국전쟁(1950)이 또한 그러하다.
명분을 앞세운 파당과 정쟁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왔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텐가. 누구를 비판만 하기엔 지금 우리가 처한 상황이 매우 엄중하다. 바로 포용을 곱씹을 때다. 갈등을 방치하면 더 큰 혼란이 온다.
톨레랑스를 넘어 포용으로 가자. 오래도록 번성하고 살아남기 위한 핵심적 가치며 수단이다. 우리의 두 눈 중 하나는 세상을, 다른 하나는 자신을 보자. 날 바라봐야 할 눈을 애써 감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자. 포용은 자신을 돌아보는 눈을 바라보는 것에서 비로소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