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천명 마약사범 죽인 두테르테, 정작 아들·사위는 마약 혐의
2017-09-08 11:21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아들의 마약밀수 혐의로 곤경에 처했다. 미성년자 등 수천명의 마약사범 사살로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작 아들은 단속하지 못했냐고 뭇매를 맞고 있다.
8일 BBC방송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들이자 필리핀 남부 다바오시 부시장인 파올로 두테르테는 7일 상원 청문회에 출석해 마약 혐의에 대해 부인했다. 파올로는 중국에서 1억2540만달러(약 1414억원) 상당의 필로폰을 밀반입하는데 가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아들 뿐만 아니라 사위 마나세스 카피오도 연류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카피오는 청문회에서 "불법 마약밀수에 연루된 적이 없다. 루머다"고 밝혔다.
앞서 세관 브로커인 타구바는 지난달 하원 청문회에서 파올로가 이끄는 다바오그룹이 세관 직원으로부터 마약 밀수 관련 뇌물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문신 등 파올로가 마약 갱단의 조직원이란 증거가 나오면서 파올로에 대한 혐의에 힘을 실었다. 파올로는 "사실이 아니며 말할 것도 없다"며 "나는 물론 가족을 위태롭게 하기 위한 '정치적IS' 세력의 터무니없는 루머다"고 반박했다.
비난은 두테르테 대통령에게 쏠렸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취임 한 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마약 용의자는 사살하란 명령에 미성년자를 포함해 38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비공식 사망자 수는 1만명이 넘을 것으로 추산됐다.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소탕방식이 유럽 미국 등 서방국으로부터 강한 비난을 받았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원치(HRW)는 필리핀에서 경찰이 가장 많은 권한을 남용하는 기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후 1년간 마약거래는 26%, 주요 범죄는 29% 감소했다고 홍보했다.
야당인 자유당 소속의 레일라 데 리마 상원의원은 지난달 "두테르테 대통령이 가난한 마약사범을 단속하기에 급급하지만 정작 세관을 통과한 수 톤의 불법 마약에 대해선 모른다"고 지적했다.
비난이 커지자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들의 마약밀수 혐의가 사실로 밝혀지면 사임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두테르테 대통령 대변인은 "파올로와 카피오가 청문회에 출석한 건 잘못된 주장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옹호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파올로에게 숨길게 없다면 조사에 임하라고 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질문에 모두 대답하지 말고 침묵을 유지하라는 충고도 했다.
파올로는 이날 청문회에서 "내가 여기 나온 이유는 필리핀 사람들과 다바보시 시민들을 위해서다"고 언급했다. 다바고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선출되기 전 20년 이상 시장을 맡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