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또 고개 든 '지준율 인하' 찬반논쟁 가열

2017-09-06 10:27
찬성론자 "위안화 절상, 외환보유고 안정, 유동성 경색우려 등 이유"
반대론자 "시장에 잘못된 신호 줄 수 있어, 금융권 레버리지 축소해야…"

중국 인민은행. [사진=바이두]


중국의 지급준비율 인하 필요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최근 시중 유동성 경색 우려 속에서 위안화가 강세 행진을 이어가는 등 지준율을 인하할 수 있는 정책적 환경이 조성됐다고 보는 의견이 있는 반면, 지준율 인하는 당국의 '온건 중립'이라는 현 통화정책 기조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중국 지준율은 지난해 2월 17%로 인하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덩하이칭(鄧海淸) 구주증권 수석 경제학자는 6일 보고서를 통해 시중 유동성 경색이 우려된다며 지준율 인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시중 유동성 총량에서 보면 은행 간 자금시장 유동성이 경색된 상태"라며 "올 상반기 초과지준율 평균치가 1.35%로, 지난 한 해 전체 평균치 2.05%보다 0.7%포인트나 낮다"고 지적했다. 또 자금이 충분한 대형은행과 달리 중소은행은 부채 압력을 받고 있는 등 은행 간 구조적 불균형도 심각하다며, 지준율 인하는 앞서 금융공작회의에서 언급한 중소기업 지원 정책 방향에도 부합한다고 전했다.

덩 경제학자는 지준율 인하를 위한 정책적 환경도 무르익었다고 강조했다. 위안화 절하 압력이 해소되고 인민은행의 ‘선제 안내(forward guidance)'가 강화돼 시장이 지준율 인하를 통화 완화의 신호라고 확대 해석할 가능성이 줄었다는 것. 그는 지준율 인하와 공개시장 조작을 통한 유동성 흡수라는 두 가지 통화조절 수단을 적절히 조화시키는 게 최상의 포트폴리오라고 진단했다.

딩즈제(丁志杰) 대외경제무역대학 총장조리도 이날 현지 경제일간지 21세기경제보를 통해 지준율 인하를 통한 시중 유동성 주입이 선택 가능한 통화정책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딩 총장조리는 "위안화 절상세가 이어지면서 당국이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데 더 많은 선택 공간을 주었다”며 “지준율 인하로 위안화 가치가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란 우려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그는 지준율 인하는 대규모 유동성을 푸는 게 아니라 통화정책 정상화의 중요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반면 지준율 인하를 반대하는 학자들은 통화완화를 실시할 조건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금융권 레버리지 축소를 가속화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지준율 인하 가능성은 크지 않으며,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는 지준율 인하 대신 공개시장 조작, 단기유동성지원창구(SLF),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담보보완대출(PSL) 등 통화수단 위주로 시중 유동성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게 반대론자의 의견이다. 

실제로 지준율 인하 카드는 온건·중립 통화정책을 내세우는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으로서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성쑹청(盛松成) 인민은행 참사(參事·경제자문)는 앞서 지난달 중순 현지 매체를 통해 인민은행이 지준율을 인하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의 초과지준율이 매우 낮아서 지준율 인하가 가능하다고 해야겠지만, 지준율 인하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준율 인하가 시장에 보내는 신호는 너무 강력해 현재 당국의 정책 기조와 부합하지 않는다"며 "인민은행이 SLF, MLF, PSL 등 수단으로 통화 공급 증가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