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취임 100일] 존재감 있는 '책임총리'
2017-09-06 00:57
가뭄 등 현안 민생 발걸음 분주
살충제 계란 파동땐 '군기 잡기'…국무회의서 장·차관 토론 유도
살충제 계란 파동땐 '군기 잡기'…국무회의서 장·차관 토론 유도
이 총리는 취임과 함께 '책임총리'라는 타이틀을 문 대통령으로부터 부여받았다. 하지만 초기에는 쉽지 않았다.
내각 및 청와대 인사 파문으로 정국이 경색될 때 '총리가 보이지 않는다'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한 달 만에 어렵게 국회 청문회를 통과한 이후, 가뭄과 AI 등 총리의 존재감을 필요로 하는 국내 현안이 연이어 터져나오면서 이 총리의 민생 발걸음은 분주해졌고, 서서히 존재감을 부각시켰다.
특히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에서 이 총리는 내각을 바짝 조이며 '군기잡기' 행보에 나섰다.
이 총리는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임명된 관세청장 등 차관급 공직자 16명의 임명장 수여식에서 "공직자에겐 국민의 4대 의무 외에 '설명의 의무'가 더 있다"며 사회적 감수성과 정성, 준비 등 3가지를 갖추어야 그 의무를 다할 수 있다고 기강을 잡았다.
이 총리는 이에 앞서 부처마다 돌아가며 군기잡기에 돌입했다. 각 부처의 준비 안된 보고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관련 부처에 더 담대한 발상의 전환을 주문하기도 했다.
단순한 '군기잡기'는 아니었다. 정부와 국민 간 소통 부재가 관련 현안에 대한 제대로 된 보도 하나 이뤄지지 않은 데 있다는 판단에 대한 각성의 시작이었다.
일례로 '살충제 계란' 파동의 중심에 서 있던 류영진 식약처장이 관련 현안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하자 "이런 질문은 국민이 할 수 있고 브리핑에서 기자들이 할 수도 있다"며 "제대로 답변 못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마라"고까지 질타한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박찬주 제2작전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갑질' 의혹이 불거지자 "이러한 갑질 문화는 더 이상 묻혀지거나 용납될 수 없다"며 모든 부처에 부당한 지시와 처우가 있는지 등을 전수조사해 보고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국무총리실은 "총리가 요즘 매주 국무회의, 현안점검회의에서 참석한 장·차관들에게 토론을 적극 권유, 유도하고 있다"며 "늘 회의 종료가 1시간∼1시간 30분씩 지연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책임총리'로서 이 총리의 존재감은 지난 1일 '방송의 날' 행사 불참에서도 드러났다. 당초 이 총리는 대통령의 축사를 대신 읽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총리는 KBS와 MBC 노동조합 파업상황에서 총리가 방송의 날 행사에 가서 축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불참을 결정했다. 이후 총리실은 청와대와 조율 끝에 대통령 축사를 주무부처 수장인 방송통신위원장이 대독하도록했다.
인사 문제에 있어서도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현재 총리실에서 일하는 이낙연 총리의 측근은 국회·전남도청 등에서 일한 4~6급 3명 정도다.
총리실 관계자는 "이 총리는 성격상 측근이 전면에 나서서 호가호위하는 것을 싫어한다. 총리 측근이 실장 등 고위직으로 기용되면 그 사람 뒤에 ‘줄’을 서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걸 우려한 탓"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실세 총리가 되는 두 가지 조건으로 대통령의 신뢰와 함께 총리의 '능력'을 꼽는다.
각종 현안을 진두지휘하며 부처 장관들의 업무처리까지 꼼꼼히 살펴보는 이 총리의 100일 후가 더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