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6차 핵실험] "뾰족한 수가 없다" 對北정책 딜레마 빠진 美정부

2017-09-04 18:06

[사진=AP연합]





점점 높아지는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수위에 미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3일 북한은 6차 핵실험을 강행하면서 지역 긴장은 최고조로 치달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등은 군사적 옵션까지 다시 거론하면서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미국이 꺼내들 수 있는 좋은 대북 카드가 거의 없다는 비관적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김정은은 핵무기가 유일한 생존법이라 생각" 

역대 최대 위력을 보인 이번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미국의 반응은 날카롭다. 미국의 재무장관인 스티브 므누신은 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출연, "북한의 모든 교역관계를 끊는 새로운 대북 제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며 "지금은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과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4일 오전 통화를 하고 북한에 대해 유엔 차원의 추가 제재를 추진하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은 전했다. 두 사람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새로운 대북 제재 결의를 채택하도록 연대해 대응하기로 했으며, 원유 및 석유제품 수출 금지·제한을 포함해 북한에 더욱 강력한 제재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고 교도통신은 이날 전했다. 

군사적 행동의 가능성도 계속 언급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허리케인 하비 희생자들을 위한 예배를 가던 도중 북한에 대한 군사공격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받고 "두고 볼 것이다(We'll see)"라고 말하면서 여지를 남겼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이나 우방에 대한 어떠한 위협도 대규모의 군사적 대응(massive military response)에 직면하게 될 것이며, 이는 매우 효과적이면서 압도적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3일 트위터를 통해 세컨더리보이콧 단행 가능성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도우려고 했지만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중국에 큰 위협이 될 뿐만 아니라 당혹감을 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북한과 교역하는 모든 나라와 교역을 중단하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북한의 최대교역국인 중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란 제재에 효과를 발휘했던 세컨더리보이콧이 제대로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언론들은 보고 있다. CNN은 "중국에 대한 광범위한 제재 역시 제대로 된 효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면서 "김정은은 정권 생존의 유일한 길이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개발이라고 믿고 있으며,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것을 모든 수단을 통해 보여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 "뾰족한 수가 없다"··· "핵무장한 북한을 인정해야 할 때" 

대화 제안도, 강력 제재도 통하지 않는 북한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제프 플레이크 공화당 상원의원(애리조나)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마땅한 대응방법이 없다는 말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말 좋은 방법이 없다"면서 "치밀한 계산 뒤에 반응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94년 북·미협상을 성사시켰던 월리엄 페리 전 미국 국방장관은 CNN의 국제전문기자 크리스티안 아만푸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핵무기를 포기시키려는 목표는 달성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면서 "지난 수년간 협상이 실패했던 이유는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는 잘못된 전제를 기반으로 했다"고 지적했다.

페리 전 장관은 "성공적인 협상을 위해서는 북한의 목표가 무엇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면서 북한의 '김씨 왕조'와 체제 유지, 국제사회 인정, 경제 개선을 북한이 원하는 3가지 목표라고 지적했다. 

수미 테리 전 미 중앙정보국(CIA) 북한 분석관도 아만푸어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핵무장을 생존의 수단으로 보고 있을 뿐 비핵화를 전혀 협상의 이슈로 보고 있지 않다"면서 "그들(북한)은 오로지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끝낼 평화협정과 관련한 대화에만 임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만푸어는 "중국은 북한의 붕괴보다는 핵무장이 낫다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비핵화를 위한 중국의 역할도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실제로 중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외교부 성명을 통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지만, 원유공급 중단 등 극단적인 조치에는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환구시보는 3일 온라인 사설에서 "북한의 최근 핵·미사일 활동은 안보리에서 새로운 제재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추가 제재를 피할 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중국은 대북 전면 금수 등 극단적인 조치에 쉽게 동의하면 안 된다"며 "북한에 석유 공급을 완전히 중단하고 북·중 변경을 폐쇄한다고 해도 북한이 핵·미사일 활동을 억제할지 명확하지 않으며 오히려 북·중 간 전면적인 대립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