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거리 미사일 발사… '괌 타격능력' 우회과시

2017-08-29 18:55
IRBM '화성-12형'에 무게…문재인 대통령,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 과시하라" 지시

북한이 29일 IRBM급(중장거리 탄도미사일)으로 추정되는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 26일 강원도 깃대령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쏜지 불과 사흘 만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 57분께 평양 순안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1발을 발사했으며, 이 미사일은 일본 상공을 지나 발사 지점에서 약 2700㎞ 떨어진 북태평양에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 군 기준으로 사거리 1000∼3000㎞의 탄도미사일은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로 분류된다.

그러나 군은 내부적으로는 북한의 이번 미사일을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화성-12형'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성-12형은 북한이 지난 5월 14일 시험발사에 성공한 IRBM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에 관해 "고각발사는 아니다"라며 30∼45도의 정상각도로 쏜 것으로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북한이 IRBM급 이상의 탄도미사일을 정상각도로 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장거리 미사일을 정상각도로 발사해 일본 상공을 통과하도록 한 것은 괌 포위사격 방안이 언제든 실현 가능한 실제적 위협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의 도발 의도에 관해 "한·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한 반발 차원의 무력시위,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한 미국 증원기지 타격 능력 과시, 유리한 전략적 여건 조성 등의 목적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직후 청와대와 정부, 군당국은 긴박하게 움직였다.

먼저 청와대는 이날 오전 7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긴급 개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주재한 NSC 상임위 내용을 보고 받고 "강력한 대북 응징 능력을 과시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군은 F15K 전투기 4대를 출격시켜 MK84 폭탄 8발을 강원도 태백 필승사격장에 투하하는 훈련을 실시했다. 

정 실장은 NSC 상임위 직후 허버트 맥매스터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전화통화를 하고 현 한반도 상황에 대한 양국 정상의 심각한 인식을 공유하고, 빈틈없는 공조를 통해 북한의 도발에 대처해 나가자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또 북한에 대한 효과적인 억지를 위해 전략 자산 전개를 포함한 광범위한 대처 방안과 유엔 안보리를 통한 추가적인 대북 제재 추진 등에 대해 협의했다.

양국은 현재 방미 중인 임성남 외교부 1차관과 송영무 국방장관의 미국 방문 등 계기에 한·미 고위당국자 간 북한의 전략 도발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위해 긴밀한 협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 고노 일본 외무상과 연쇄 전화 통화를 통해 보다 강력한 대북제재 방안을 마련하기로 하고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논의키로 했다. 

앞서 지난 6일 열린 안보리에서는 대북제재 결의한 2371호를 채택하고 북한의 연간 수출수입 30억 달러(약 3조3855억원) 중 3분의1을 충당하는 석탄‧철‧철광석‧납 등 일부 북한산 수입을 오는 9월부터 전면 금지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날 발표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정부 성명'에서 미사일 도발을 강력히 규탄하고, "북한 정권은 비핵화만이 자신의 안보와 경제발전을 보장하는 진정한 길임을 분명히 인식하고, 무모한 도발 대신 조속히 비핵화를 위한 대화의 길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