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 32곳 감자 단행··· 재무건전성 빨간불

2017-08-28 17:05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진 상장사가 늘어나고 있다. 자본감소(감자)를 실시한 상장사만 1년 사이 23% 넘게 늘었다. 반도체처럼 호황을 누리는 일부 업종을 빼면 경기가 여전히 살아나지 않고 있어서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코스피·코스닥 상장법인 32곳이 올해 들어 감자를 마쳤거나, 앞두고 있다. 전년 동기 26곳에 비해 23.08% 늘어난 수치다.

감자 이유로는 '결손금 보전을 위한 재무구조 개선(66%)'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대체로 재무부실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거다. 그밖에 '경영상 목적 달성(22%)'과 '주주가치 제고(6%)'가 뒤를 이었다.

신문용지를 만드는 코스피 상장사 페이퍼코리아는 다음달 무상감자와 11월 유상 증자를 추진해 운영 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0대 1 무상감자를 결정했다고 전달 공시했다. 자본금은 1121억원에서 감자 후 112억원으로 줄어든다. 아울러 시설자금과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오는 11월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57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한다.

페이퍼코리아는 경영악화에 채권단 요청으로 회장과 대주주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유암코가 경영 정상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씨그널엔터테인먼트그룹도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10대 1 무상감자를 실행한다고 이달 14일 밝혔다. 자본금은 494억원에서 49억원으로 감소한다. 셀루메드와 와이오엠도 재무구조 개선을 목적으로 각각 감자를 추진했다.

국내 상장법인 실적이 양극화돼 온 탓이 크다. 한국거래소 집계를 보면 코스피 상장사 533곳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60조686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8조7689억원)보다 24.4% 늘었다. 그러나 전체 상장사 순이익에서 삼성‧LG‧SK 3개 그룹 상장사를 빼면 25조794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실적(30조876억원)보다 오히려 16.6% 줄었다.

삼성‧LG‧SK그룹 계열 상장사 29곳의 순이익은 35조60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8조6813억원)보다 90.6%나 늘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IT업종이 강세를 보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디스플레이 등이 호조를 나타낸 덕이다.

반면 글로벌 금리 상승 우려로 자금조달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실적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감자를 선택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선진국들의 출구전략과 물가상승 기조 등으로 최근 시장금리가 점점 오르고 있는 상황"이라며 "감자를 선택한 기업들은 자금조달 사각지대에 위치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이 더 커진다면 감자를 결정하는 기업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