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물증도 없는데 징역 5년... 납득하기 어렵다”

2017-08-27 21:43

서울 삼성그룹 서초사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납득하기 어려운 판결이다.”

지난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부장 김진동)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뇌물죄 등의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한 후 삼성과 재계는 물론 법조계 일각에서도 이런 주장이 나온다.

재판부 스스로 “명시적인 부정 청탁은 없다”고 밝혔으면서도 결정적인 물증도 제시하지 못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손을 들어준데 따른 지적이다.

이날 재판부는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삼성측의 출연금 204억원에 대해 “수동적으로 응한 것”이라며 뇌물로 판단하지 않았다. 또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개별 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도 했다. 그런데도 재판부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있었다”고 밝혔다.

이에대해 이 부회장측 변호인단은 “법리 판단, 사실 인정 모두 법률가로서 도저히 수긍할 수 없다”며 ‘항소심에서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재계 역시 정황·증언 이외에 죄를 뒷받침할 만한 아무 근거가 없는데도 ‘정경유착’이라는 막연한 표현으로 재계 1위 삼성의 수장에게 실형을 줬다며 우려를 넘어 개탄스럽다는 반응이다. 국내 기업인들이 정치인들에게 휘둘리지 않도록 안전망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기업 탓만 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푸념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대통령 등 국가권력의 요구를 무시하고 기업을 운영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강조한 뒤 “삼성이 여론에 몰려 재벌 적폐 청산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전했다.

삼성, SK 등 글로벌 기업들이 유독 한국에서만 정권 실세와 연루돼 곤욕을 치러야 하는지, 그 문제의 본질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사상 최대의 위기에 몰린 삼성은 창사 이래 세계 어느 곳에서도 뇌물 등을 이유로 현지 정부로부터 곤욕을 치른 적이 없다”며 “미르·K스포츠재단에 자금을 지원한 SK, 롯데 등 여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기업인들을 탓하기 전에 왜 유독 한국에서만 이런 일들이 아직도 발생할까 라는 물음을 먼저 던져봐야 한다”며 “기업들이 정권 실세의 말을 거절할 수 없는 이유와 배경이 무엇인지도 따져 현재의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