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예상밖 '저강도' 도발...대화국면으로 전환하나
2017-08-27 20:07
단거리 발사체 신형 방사포로 추정
일단 북한이 26일 강원도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단거리 발사체는 고도 50여㎞로 비행해 300㎜ 신형 방사포 또는 새로운 기종의 단거리 발사체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행 고도만 보면 이번 발사체가 300㎜ 신형 방사포와 유사하지만, 군이 평가하는 신형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보다 50여㎞를 더 비행한 것이 그런 관측의 근거가 되고 있다.
복수의 정부 고위 소식통은 27일 "북한이 어제 쏜 단거리 발사체의 비행 고도는 50여㎞로 분석됐다"며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의 비행 고도에 훨씬 못 미쳤다"고 밝혔다.
북한이 개발해 현재 실전 배치한 방사포 중에는 사거리 200㎞가 넘는 것은 300㎜ 신형 방사포가 유일하다.
군은 북한이 실전 배치하기 시작한 300㎜ 방사포의 최대 사거리를 200㎞로 평가해왔다. 이번에 발사한 것이 300㎜ 신형 방사포로 최종 확인된다면 북한은 이 방사포의 사거리를 늘린 개량형을 개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앞서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26일 서면 브리핑에서 "북한이 오늘 발사한 불상의 발사체는 현재로서는 개량된 300mm 방사포로 추정되나 정확한 특성과 재원에 대해서는 군 당국이 정밀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 태평양사령부는 재수정된 성명에서도 북한 발사체에 대해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과 미국의 발사체 종류에 대한 분석은 엇갈리지만, 어느 쪽이라도 북한이 최근 감행했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급 '화성-14형' 시험발사 등보다는 훨씬 도발 수위가 낮다는 평가다.
만약 우리 정부의 초기 분석대로 방사포로 최종 결론이 난다면 더더욱 그렇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결의에 따라 금지되고 있지만 '포탄'은 여기서 자유롭다.
물론 방사포는 남한을 위협하는 핵심 무기라는 점에서 군사적 대비태세를 갖춰야 하지만, 남북이 여전히 군사적으로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문제 삼기는 어렵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전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북한도 을지연습 기간 통상적인 대응훈련을 해 왔는데 그런 차원의 문제라고 본다"고 평가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그간 줄기차게 비난해 온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에 대해 그냥 넘어가기 어려운 상황에서 '단거리 발사체 발사'는 판을 깨지 않기 위해 어느 정도 반발의 수위를 조절한 측면이 있다는 분석이다.
북한이 미국과 군사 갈등 수위는 낮게 유지하면서 한반도에 대한 군사적 주도권을 놓지 않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미국과 대치 국면 속에서 미국의 군사적 행동을 억제하기 위해서 백령도 점령 훈련과 병행해 단거리 미사일을 통해 남쪽을 인질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화국면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한·미의 움직임에 어느 정도 장단을 맞추려는 것 아니냐는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과거 남북관계를 보면 UFG 훈련이 끝나는 9월부터 연말까지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던 경우가 많았다"면서 "북한이 우리의 대화 제의에 호응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2012년 2·29 합의 때처럼 북·미 간 대화를 위한 돌파구가 마련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북한은 2009년 5월 2차 핵실험을 단행한 후 미국 주도의 대북 제재결의안이 통과되자 '천 배로 갚아주겠다'고 반발해 한반도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런 직후 북·미 양측은 고위급 회담을 거쳐 2012년 극적으로 '2·29 합의'를 이끌어 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