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자동차 부진에 中 기업 실적도 흔들

2017-08-23 19:30
현대차 합작사 '베이징자동차' 상반기 순이익 60% 급감
매출 비중 60%의 베이징현대 판매 부진 영향
베이징현대 상반기 판매량 전년비 42.4% 감소

현대차 신형 엘란트라 EV(新伊兰特 EV)[사진=현대차 제공]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후폭풍'이 현대자동차와 계열사, 부품업체를 넘어 중국 현지 합자기업으로 확산하고 있다.

그간 한국의 우수한 기술력과 중국 브랜드 인지도가 결합돼 한·중 합자브랜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냈다. 하지만 사드 여파와 현지 자동차업체의 거센 추격 등으로 합자 기업마저 실적 부진에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함께 베이징현대(BHMC)를 설립한 중국 베이징자동차(北京汽车)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17.68억위안(약 299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0% 급감한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해 상반기 순이익은 44.2억위안이었다.

베이징자동차 이사회는 "중국 자동차 산업의 경쟁 심화와 한국 자동차의판매 저조가 주요 요인"이라며 "현대차와의 합자브랜드인 베이징현대 매출이 급감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승연회(乘联会)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베이징현대 누적 판매량은 30.1만대로 전년동기대비 42.4%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베이징자동차의 순이익이 급감했다는 소식에 중국 현지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베이징자동차가 지난 1분기만 해도 순이익이 13.57억위안으로 전년대비 56.02% 급증했기 때문이다.

현지업계 관계자는 "1분기의 화려한 기록에도 불구하고 최악의 실적이 나온 것은 2분기 매출이 거의 바닥을 쳤다는 의미"라며 "베이징자동차의 전체 매출에서 60% 가량을 차지하는 베이징현대의 판매 부진 충격이 매우 컸다"고 전했다.

베이징자동차는 중국 4대 자동차기업 중 하나로 지난해 약 62조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주로 △베이징현대(北京现代·한국 합자브랜드) △베이징벤츠(北京奔驰·독일 합자브랜드) 등의 차량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현대차 뿐만 아니라 기아차의 중국 판매량도 급감하면서 한국 자동차의 중국시장 점유율도 추락하고 있다. 중국 금융정보기관 윈드에 따르면 지난 6월 한국 자동차의 중국 시장점유율은 2.95%로 1년 전의 7.97%에 비해 5.02%포인트 하락했다.

현지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올 하반기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해 총 9종의 신차를 출시하고 모델명과 패밀리룩 '호랑이코 그릴'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총력을 가하고 있다"며 "정치적 이슈와 함께 중국 소비시장 내 한국 브랜드에 대한 선호도가 낮아진 것이 숙제로 남아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