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뷰] "北정권 흔들 수 있는건 中뿐…유사시 대비해 한·미·중 사전 논의해야"
2017-08-19 06:00
북한 연구서 '전갈의 절규' 저자 김성학 한양대 정치학 박사
"보천보 전투 등 북한서 부풀려져… 北 흔들 수 있는 건 中의 자료"
"보천보 전투 등 북한서 부풀려져… 北 흔들 수 있는 건 中의 자료"
"한국(남한) 스스로 북한의 핵을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북한은 핵ICBM을 완성하고 미국과 대등한 핵강국으로 성장하면서 전세계를 상대로 투쟁할 수 있는 나라가 되고자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공격적 성향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중국의 우려를 안심시키고 한국, 미국, 중국이 사전 논의를 해야 합니다."
최근 북한을 보는 새로운 시각으로 화제를 일으키고 있는 신작 '전갈의 절규'(선인)의 저자 김성학 정치학 박사는 아주차이나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책에서 김 박사는 북한을 '전갈과 개구리' 우화에 나오는 전갈에 비유한다. 산불을 피해 도망치다 강을 맞닥뜨린 전갈은 개구리를 설득해 개구리 등에 올라타 강을 건너기로 한다. 강을 절반쯤 건넜을 때 본능을 참지 못한 전갈은 독침으로 개구리를 찌르고 함께 물에 빠져 죽게 된다. 이 때 전갈은 물에 가라앉으면서 절규한다.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이게 내 본성이야!"
그렇다면 북한이 이처럼 미국을 무조건 불신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김 박사는 그 뿌리를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 등 두 가지 근거에서 찾는다.
하나는 북한에서는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사 중 가장 큰 업적으로 여기며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보천보 전투다. 이 전투는 김일성이 부대를 이끌고 일제의 전략상 요충지인 함경남도 갑산군 보천면 보천보(현재 양강도 보천군 보천읍)를 습격해 주요기관을 일시적으로 점령하고 퇴각해 '보천보 전투'로 불린다.
또 다른 하나는 북한의 '6·25전쟁 북침' 주장이다. 북한 정권은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 전쟁이 시작된 이유는 ‘제국주의의 괴뢰집단’이 된 남한이 ‘미제의 사주를 받아’ 북한을 먼저 침공했기 때문이라는 사상 교육을 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남북은 강제징용이나 일본군 위안부 등에 대한 상흔을 공유하고 있다. 북한은 이 점을 이용해 "반제반미(反帝反美) 사상 무장을 해제하면 일제와 미제에 의해 다시 노예가 될 것"이라면서 북한 주민들의 사상을 조종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 제국주의를 일본 제국주의의 우두머리라고 본다. 모든 결과물은 미·일 군사 공모라고 칭하면서 미국이 언제든 북한을 다시 침략하기 위해 기회만 엿보고 있다고 여긴다. 남한 또한 경제적으로는 잘 살지만 미국 제국주의에 의해 주권을 잃고 주체가 없는, 인권이 완전히 유린된 지옥에서의 삶이라고 보고 있다.
김 박사는 "주권을 잃느니 차라리 고난을 참겠다는 게 북한 주민들의 사상"이라고 전했다.
북한은 "조선(북한)은 김일성 빨치산 덕에 해방됐지만 남한은 일제 시대보다 더 악랄한 미국에 의해 아직 고통에 신음하고 있다"면서 남조선 해방을 지상 과제로 여긴다. 또한 한국과 한민족이라는 민족 동질성(우리민족끼리)을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사상을 유지해 통일하는 방향을 대남 정책으로 꼽고 있다.
그는 "북한이 원하는 건 김씨 일가의 독재 정권이 유지되는 북한식 통일이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북한 체제 하에서는 한·미 동맹은 절대 훼손돼서는 안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북한을 흔들 수 있을까.
김 박사는 이 문제의 해결사는 중국밖에 없다고 답하며, 북한을 '카드로 만든 집'에 비유했다. 핵심이 되는 카드를 빼버리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핵심 카드인 보천보 전투, 6·25 북침 사실은 중국이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이라고 그는 말했다.
중국에 관련 정보와 기록이 남아있기 때문에 중국 당국에서 공식적으로 인정하면 북한 사상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이런 주장을 한다면 북한에서 사상 문화적 침략이나 선동으로 치부하겠지만, 북한이 사상 무장을 하는데 있어 근거로 삼는 이 '핵심 카드'를 중국이 건드린다면 북한 사상 무장의 뼈대가 흔들릴 것이다. 이는 주민과 정권 사이의 이격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미온적인 대북 제재에 대해서 그는 "중국은 북한이 남한에 흡수되면서 미군이 진주해 국경까지 오는 것을 가장 우려하기 때문에 이런 태도를 취하는 것"이라면서 "중국이 우려하는 부분을 미국과 한국이 달래줘야 한다"고 풀이했다.
북한의 공격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을 바꾸기 위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무조건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중국을 동참시키기 위해서는 미국·남한·중국이 먼저 사전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는 북한 급변사태시 주한미군과 한국군이 북으로 진입해 북의 대량살상무기를 확보하고 북한군을 무장해제한다는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당시 중국은 협상 테이블에서 제외됐었다.
김 박사는 "급변사태가 일어난다면 중국군도 압록강을 넘어서 진격할 수 있기 때문에 한·미 연합군과 중국군의 충돌을 미리 협의를 하고 절충을 하는 협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통상적으로 끈끈한 혈맹 관계라고 인식되는 북한과 중국의 관계에 대해서는 새로운 시각을 던졌다.
그는 "중국에 대한 북한의 반감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심하다"고 말했다.
북한 핵무장은 대미 군사 억지력이라는 차원도 있지만 중국에 대한 정치적 자주 확립도 그에 비견될 만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김일성은 최초 권력을 부여해준 스탈린이든 마오쩌둥(毛澤東)이든 누군가에 의해 정치적 입지가 제약되는 것을 참지 못했다. 아직까지도 북한은 중국으로부터의 정치적 자주를 매우 중시하고 있으며 중국의 정치적 개입을 참지 못한다.
국제 사회에서 북한은 '웜비어 사건' 등을 자행할 정도로 '막무가내'라는 악명이 높다. 그러나 동맹국이자 거의 유일하게 지원이나 관광 수입을 얻게 해주는 중국에는 멋대로 행동을 취할 수 없어서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는 게 그의 분석이다.
중국도 북한과의 관계에서 갑갑함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함께 싸웠던 북한의 빨치산 1세대, 중국의 혁명 1세대들이 다 죽고 2, 3세대로 넘어가면서 양국의 군사동맹 관계의 끈이 점점 느슨해지고 있다. 군사관계로서의 동맹에 대한 상호간의 필요성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으며 중국으로 볼 때 정치·군사적 자산보다는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그는 북한의 핵 위협에서 중국도 자유로울 수 없다고도 경고했다. 북한은 더 이상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라고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박사는 "중국이 북한의 사상을 변질시키려고 반제 투쟁을 방해할 경우, 언젠가 핵으로 중국에도 분명히 위협할 것"이라면서 "중국도 이때를 조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