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산업계에서 연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반대하는 입장이 나오고 있다. 최근 축산업계에서도 개정에 신중하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가 ‘상호 호혜적인’ 협정이라는 우리정부의 입장을 지지하는 주장이 산업계에서 직접 나온 만큼 미국정부의 입장이 변화될지 주목된다.

한·미 FTA 개정협상에서 미국이 자동차나 철강과 같은 일부 산업에 치중할 경우, 다른 산업계를 중심으로 내부 반발이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3일 미국 연방 관보 사이트 등에 따르면 미국양돈협회(NPPC)는 미국정부가 모든 무역협정 재검토 방침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제출했다.

NPPC는 미국 43개 주(州) 6만여 양돈업자를 대표하는 단체다.

NPPC는 의견서에서 “한·미 FTA로 한국이 미국산 돼지고기 관세를 완전히 없애는 과정에 있다”며 “우리는 다른 대부분의 외국 공급업체와 비교해 큰 경쟁우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한·미 FTA가 발효되기 전 미국산 돼지고기는 한국에 들어올 때 22.5~54%의 관세를 내야 했다.

그러나 한·미 FTA로 관세가 낮아지면서 한국에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입은 2배 가까이 급등했다. 한·미 FTA 발효 전인 2010년 8만7889t에서 지난해 13만9724t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수입금액도 1억9200만 달러에서 3억7900만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이들은 “북미 자유무역협정(NAFTA)과 마찬가지로, 한·미 FTA에 대한 우리의 주된 관심은 한·미 FTA가 폐기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NPPC는 한·미 FTA로 고관세가 철폐되면서 미국산 돼지고기의 수출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NPPC는 “한·미 FTA 폐기는 한국시장을 사실상 유럽연합(EU)과 칠레에 내주는 것”이라며 “수익성이 좋은 한국시장에 돼지고기를 수출하려는 미국 양돈산업을 매우 불리한 위치에 놓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내 축산업계에서 한·미 FTA에 대한 우려를 내비친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달 미국의 미국축산협회‧북미육류협회‧미국육류수출협회 등 쇠고기업계 단체장들도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USTR 대표와 소니 퍼듀 미국 농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낸 바 있다.

이들은 사실상 미국 내 쇠고기산업 전체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다. 트럼프 대통령이 NAFTA 폐기를 주장했을 때도 강하게 반대 입장을 표명한 단체들이다.

이들은 서한에서 “한·미 FTA는 미국 쇠고기산업이 한국에서 번창하기 위한 이상적인 환경을 만들어줬다”고 평가하면서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이어 쇠고기 시장의 경쟁자인 호주보다 FTA를 먼저 체결함으로써 한국 내 판매액이 82% 증가하는 등 우위를 누렸고, 미국의 두 번째 쇠고기 수출시장이 됐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한·미 FTA 개정 입장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축산업계뿐 아니라 다른 산업계에서도 나온다.

미 곡물협회 회장도 “미 농가‧농업기업은 한·미 FTA 발효 후 상호호혜적 무역협정의 가치를 평가해 왔다”며 순기능을 높게 평가했다.

미 상공회의소 마이론 브릴리언트 부회장도 한미FTA 폐기를 “성급한 실수(rash mistake)”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