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위기의 면세산업, ‘규제환상’ 벗어나야
2017-08-12 21:55
작금의 면세산업은 ‘엄동설한’을 방불케 한다. 매서운 서릿발 같은 시련이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시련은 크게 두 가지다. 면세산업에 대한 반시장적 규제와 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정부의 한국 관광금지 조치가 바로 그것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일반 대형마트처럼 면세점도 영업시간 제한과 강제 의무휴업 대상에 포함시키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 법률안의 본래 취지는 기존 유통 대기업으로부터 골목상권과 중소상인 보호인데, 실제 면세점은 이와 아무런 관련성이 없다.
대표적인 관광산업인 면세점은 매출의 70% 이상이 외국인 관광객으로부터 발생해 골목상권에 진출할 유인도 없다. 또 인기 판매품목 역시 수입 가방이나 화장품이라 면세점 규제에 따른 효과가 전통시장이나 중소상인에 귀착되기 힘들다.
더 큰 문제는 규제가 시행되면, 면세점에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의 피해와 면세점 이용객인 소비자의 불편이 불가피하다. 2016년도에 면세점은 중국인 관광객의 한국 제품에 대한 호감 덕분에 국산품 판매 비율이 전체 매출의 40%인 4조9000억원까지 성장했다. 이 중 약 1조7000억원은 국내 중소·중견 제조업체의 몫이다. 만약 면세점의 의무휴업이 시행되면 면세점에 입점한 200여개의 중소·중견제조업체의 피해는 연간 52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여행기간이 한정된 외국인 관광객들이 면세점의 의무휴업으로 면세품 구입이 힘들어지면 외화 획득은 대폭 감소할 수밖에 없다. 이는 외국인 관광객 유치란 정부 정책과도 전면 배치된다.
한국의 면세시장은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 편의 제고 노력과 끊임없는 혁신을 거쳐 세계 1위 규모를 달성했다. 작년 한 해만 약 6조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그러나 국내의 반시장적 규제와 중국발 악재로 면세시장은 국제경쟁력을 상실하고 사생존망(死生存亡)의 기로에 서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규제가 정의라는 이른바 ‘규제환상’에서 벗어나 불필요한 규제를 혁파해야 한다. 또 면세산업의 활력을 제고하고 투자, 고용이 증가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더 많은 외화획득과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위해 면세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육성하는 방안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위기는 또 다른 기회라 했다. 올해는 부디 잘못된 규제를 혁파해 면세산업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시발점이 돼야 한다. 정치권과 새 정부가 면세점 업계의 애로사항들을 적극 수렴, 올바른 정책을 이어가는 행보를 간절히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