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北 화염과 분노에 직면" 초강경 발언 ..美언론 "전쟁발발 키운다" 우려도

2017-08-09 17:32
'예방전쟁' 이후 최고 수위 경고

트럼프 "北, 美 더 위협하면 '화염과 분노' 직면" (베드민스터<미 뉴저지주> AP=연합뉴스) 여름 휴가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뉴저지 주(州) 베드민스터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더는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 게 최선일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지금껏 전 세계가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 솔직히 말해 힘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사진). 트럼프의 '군사 경고'는 북한이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탑재할 수 있는 소형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에 대한 반응으로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최고수위의 경고를 보냈다. 8일(이하 현지시간)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의 한 골프클럽에서 기자들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게 최선은 미국을 더 이상 위협하지 않는 것"이라면서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전 세계가 지금껏 보지 못한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 CNN 등 현지 언론은 이날 전했다.

◆ '예방전쟁' 언급 이래 점차 수위 높이는 미국

CNN이 "이례적인 최후통첩"이라고 표현한 이날 발언은 북한이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장착 가능한 소형 핵탄두 개발에 성공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 이후에 나온 것이다.

강경한 트럼프의 발언은 한반도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위협은 전쟁 발발 공포를 다시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북한은 이 같은 발언에 괌 타격 검토로 맞불을 놓았다. 북한군 전략군은 9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ICBM인 화성-12호로 미국의 태평양 군사기지가 있는 괌에 대해 포위사격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4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미국의 핵 연구소 로스 앨러모스 국립연구소 소장을 지내기도 했던 스탠퍼드대의 지그프리드 헤커(Siegfried S Hecker) 선임연구원은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맞서고 있는 가장 큰 위협은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북한의 핵장착 미사일이 아니라 미국 정부가 의도치 않게 한반도의 핵전쟁에 휘말려 들어가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대통령의 발언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언은 지난 주말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북한에 대한 '예방전쟁' 가능성을 언급한 뒤에 나온 것이라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맥매스터 보좌관은 "대통령의 시각에서는 만에 하나 북한이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핵무기들을 가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국무부·국방부 등은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켈리안 콘웨이 백악관 고문은 기자들과의 만남에서 "대통령의 발언이 매우 강력하고 분명하다"고는 언급했으며, 로버트 매닝 미국 국방부 대변인 역시 "어떤 정책 변화에 대해서도 들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폴리티코는 일부 백악관 관료들은 이번 발언에 대해 트럼프의 화법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다면서도 "트럼프의 과장된 언사는 북한 상황을 더욱 위태롭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비정부기구 '군축협회(Arms Control Association)'의 핵확산 방지 부문 책임자인 켈시 대번포트는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경고는 이미 고조된 (지역) 긴장을 더욱 키우고, 또 다른 ICBM 발사 시험과 같은 북한의 호전적 반응을 불러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 "군사적 행동 전쟁으로 이어질 것"··· 주식시장 충격에 하락·엔화 강세
 
일부 전문가들은 백악관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국방문제 선임분석관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가고 있는 방향이 긴장을 억제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트럼프 정부는 협상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으며, 만약 군사적 행동을 취할 경우 긴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필립 립사이(Phillip Lipscy) 교수는 "외교적 방법을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도록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당장의 군사적인 대응으로 치러야 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지적했다. 그는 "군사적 옵션을 취하는 것은 수백만에 달하는 사상자를 내는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면서 "미국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보복 행동을 완전히 막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대안은 전략적인 접근밖에 없다면서 "김정은이 미국의 우려에 즉각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도록 만들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미국이 북한의 체제 불안정성을 이용해 전략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리서치 회사인 인디펜던트스트래티지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로시는 "미국이 가지고 있는 선택지는 두 가지다. 북한 정권을 날리고 북한의 붕괴에 대응하거나 미사일과 핵시설들을 가능한 빨리 선별적으로 없애버리는 것이다"라면서 군사적 해결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고조된 지역 긴장은 승승장구했던 뉴욕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8일 전일 대비 0.15%(33.08포인트) 하락한 2만2085.34를 기록했으며. S&P500 지수와 나스닥도 각각 0.24%, 0.21% 하락했다. 안전자산인 엔화는 외환시장에서 강세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