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 가습기살균제 피해 첫 사과 "前정부 대책 미흡…가슴 깊이 사과"(종합)
2017-08-08 17:30
청와대서 피해자들 면담…"국민 생명·안전 지키는 게 정부 존재 이유" "국민이 안전으로 억울하게 눈물 안 흘리게 할 것"
"특별구제계정에 예산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 확대"
"특별구제계정에 예산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 확대"
문재인 대통령은 8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정부를 대표해서 가슴 깊이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와 가족 등을 청와대로 초청한 자리에서 "그동안 정부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예방하지 못했고, 피해가 발생한 후에도 사례들을 빨리 파악해 적극 대처하지 못했으며, 피해자와 제조기업 간 개인적 법리 관계라는 이유로 피해자들 구제에 미흡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또 "정부가 존재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라며 "우리 국민이 더 이상 안전 때문에 억울하게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나가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책임져야 할 기업이 있지만, 정부도 무거운 책임을 갖고 할 수 있는 지원을 충실히 해나가겠다"면서 "정부 예산을 출연해 피해구제 재원을 확대하고 법률 제·개정 필요한 사안들은 국회에 (입법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청와대에서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김수현 사회수석 등이 참석하며, 국회를 대표해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 홍영표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이 배석했다.
문 대통령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분들의 사연을 들으면서 늘 가슴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드디어 이렇게 뵙게 됐다"고 운을 뗀 뒤 "우리 아이와 가족의 건강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는데 그것이 거꾸로 아이와 가족의 건강을 해치고 목숨을 앗아갔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부모님들이 느꼈을 고통·자책감·억울함이 얼마나 컸을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절규하시는 부모님들의 모습을 봤는데 정말 가슴 아프게 마음에 와 닿았다. 어떤 위로도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막막하고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던 부모님들, 건강을 잃고 힘겨운 삶을 살고 계신 피해자분들, 함께 고통을 겪고 계신 가족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피해자들을 만나 어깨를 직접 다독여주며 진심으로 위로하고 그동안 겪은 어려움에 귀를 기울였다.
문 대통령은 피해자들 한 명 한 명과 일일이 악수하며 참석자들의 사연을 설명하는 김은경 환경부 장관의 말을 경청했다.
문 대통령은 한 피해자로부터 편지를 전달받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자"고 말하는가 하면 '초대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울먹이는 다른 피해자를 달랬다.
생후 14개월에 피해를 당해 산소통을 갖고 다니며 코에 튜브를 꽂은 임성준(14) 군에게는 "이렇게 산소통을 들고 다녀야 하나"라는 말과 함께 장래희망도 물었다.
임 군의 공책에 사인을 해준 문 대통령은 야구를 좋아한다는 임 군에게 미리 준비한 프로야구 구단 두산베어스 선수들을 본뜬 인형을 선물했다.
다른 참석자로부터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담긴 '가습기 살균제 리포트'라는 책을 선물 받고는 "잘 읽겠습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슬픔에 받친 듯 울먹이느라 말을 잇지 못한 피해자에게는 "얼마나 힘드신가"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 "같이 해 나가십시다"라고 격려했다.
'제가 청와대 간다고 하니까 가족이 대통령께 전하고 싶다고 편지를 썼다'고 말한 피해자에게는 "이 자리에서 읽어봐 주시고 그다음에 저한테 주세요"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이날 문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가습기 살균제와 관련해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제정안과 '화학물질 등록 및 평가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총 18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우선 정부는 모든 살생물 물질과 제품은 안전성이 입증된 경우에만 시장 유통을 허용하도록 하는 '사전승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또 위해성평가 결과 안전관리가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생활화학제품은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으로 지정·고시하고 안전·표시기준을 설정하도록 규정했다. 불법제품이 발견되면 기업에 10억원 미만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체계도 신설됐다.
살생물제 안전관리법 제정안은 내년 1월1일부터, 화평법 개정안은 살생물제안전관리법으로 이관되는 부분을 제외하고 내년 7월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