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유 금수조치 없는 대북 제재 실효성 논란

2017-08-07 07:38
靑 “中·러 제재 빠른 합의 더 중요…맥마스터 ‘예방적 전쟁’ 개인 의견”
北외화벌이 타격 김정은리더십 손상…중·러시아와 밀무역으로 해결할 듯

지난 5일(현지시간) 채택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신규 대북제재 결의 2371호는 북한 정권으로 향하는 돈줄을 전방위로 차단한다는 가장 혹독한 제재로 평가된다. 하지만 대북 원유 수출 제재가 이번에도 결의안에서 빠져 대북 제재 실효성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일각의 이런 의구심을 일축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계자는 6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에 대해 "만장일치로 이른 시일 내에 결의안이 채택된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내놓으며 "일부에서 북한에 대한 원유 공급 중단 조치가 빠진 것을 우려하고 있으나, 결과적으로 중국과 러시아도 제재에 합의한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중국이 북한 관련 안보리 결의에 합의하는 데 평균 석 달 정도 걸렸는데 이번에는 한 달 만에 합의했다"며 "지난달 28일 미사일 발사를 기준으로 하면 일주일 만에 합의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는 중국과 러시아도 이 문제를 굉장히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인식에서 결과가 도출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신규 결의안 2371호는 석탄을 비롯한 북한의 주력 품목인 철·철광석·납광석(lead ore) 수출을 전면 금지하고,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인 신규 해외 노동자 송출도 차단했다.

특히 석탄 4억 달러, 철·철광석 2억5000만 달러, 납·납광석 1억 달러, 해산물 3억 달러 등 우리 돈으로 약 1조1260억원 상당의 북한의 외화수입에 대한 차단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북한의 연간 대외 수출액(30억 달러)의 3분의1 수준이다.

외교부도 이날 결의 채택 후 내놓은 자료에서 약 10억 달러 상당의 북한의 외화수입에 대한 차단 효과를 기대했다.

외교부는 "2371호 결의가 북한 핵·탄도미사일 관련 활동의 자금줄인 외화 획득 채널을 차단하고, 국제사회의 엄중한 북핵불용 메시지가 북한 정권에 더욱 분명하게 전달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고 강조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도 이번 결의안으로 북한 김정은의 리더십이 큰 손상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 실장은 "북한의 광물 및 수산물 수출은 그동안 노동당과 군부 등 권력기관이 주로 관장해왔다"며 "때문에 이번 조치로 북한 권력기관들의 외화 수입이 상당한 타격을 받게 돼 김정은의 리더십이 큰 손상을 입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엔 안보리의 이번 조치로 북한의 광물과 수산물을 수입해온 중국 동북지방 변경지역의 경제도 상당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이 석탄을 수출하는 국가는 중국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 2월 18일 결의안 이행을 위해 올해 말까지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이후 3월 6300t으로 급격히 감소했다가 4월 이후 현재까지 북한의 석탄 수출량은 전무하다.

그러나 결의안의 실효성 여부에 대해서는 회의적 시각이 여전히 강하다.

우선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꼽힌 대북 원유 수출 금지가 결의안에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안보리가 2006년부터 7차례 대북 제재 결의안을 내놓는 동안 한 번도 포함되지 않았던 원유 통제 방안은 북한 정권의 붕괴를 초래할 수 있고 북한 인민들이 볼 피해를 우려해 중국과 러시아가 인도적 차원에서 반대했다.

미국이 마련한 이번 결의안 초안에는 '대북 원유 수출 금지' 조항이 포함됐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거부권을 가진 중국과 미국의 협상 과정에서 제외됐다.

중국이 '대북 원유 차단'을 반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송유관'의 기술적 문제도 자리 잡고 있다.

중국과 북한 사이에는 송유관이 연결돼 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연간 50만t 규모의 원유를 북한에 수출하고 있다.

송유관 밸브를 차단해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면 관 내부에 남아 있는 원유와 찌꺼기들이 관에 달라붙은 채 굳어버려, 원유 수출 중단이 장기화될 경우 송유관 자체를 사용할 수 없게 돼버리는 기술적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변함없이 진행되는 북·중 밀무역 역시 이번 제재가 실질적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채 또 하나의 제재결의를 추가한 것 아니냐는 비판적 시각의 또 다른 이유다. 

고유환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경제 규모로 봤을 때 역대 최강의 제재와 압박이다. 어느 정도 타격이 예상된다"며 다만 "북한은 수출품 일부를 민생 쪽으로 돌려서 내수를 진작시키고 나머지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북·중, 북·러와의 밀무역을 통해 해결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 백악관 안보 사령탑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 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MSNBC와의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미국 공격 위협을 막기 위한 '예방적 전쟁(preventive war)'을 언급한 데 대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개인의 조율되지 않은 발언으로 미국과 (우리가) 온도 차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미 공식 입장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