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형 앞두고 삼성 및 재계 촉각 곤두서

2017-08-06 18:30
지난해 하만 인수 뒤 경영시계 멈춰…삼성전자, 올해 대형 M&A '제로'
상반기 호실적 1~2년 내 꺾일 전망…롯데·SK 등 연루 기업들 영향 촉각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4일 오후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관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5인의 삼성 수뇌부에 대한 7일 결심공판을 앞두고 재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결정에 국내 재계 1위 삼성그룹의 미래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이 뿐만 아니라 롯데와 SK그룹 등 최순실 국정농단과 연루됐던 기업들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 경영시계 불투명... 올해 대형 M&A ‘0건’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에 대한 결심공판과 1심 판결에 따라 삼성의 미래가 갈릴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지난 2월 구속기소된 이 부회장의 경영공백이 더 장기화됐다가는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가 불투명한 미래를 맞이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속속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 등에서 기록적인 실적을 달성했으나, 업계에서는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지금까지 반도체 시장이 일정주기로 상승세와 하강세를 거듭해왔으며, 이번 호황도 향후 1~2년 내에는 꺾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에 나서야 하나 이 부회장의 공백상태에서는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미국의 전장부품 기업 하만 인수와 같은 대형 M&A(인수합병)를 통해 미래 혁신 동력을 확보해왔던 삼성전자로서는 결단을 내리는 오너의 리더십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최근 미국 인텔을 제치고 세계 반도체 1위로 올라선 삼성전자의 저력에는 오너의 리더십에 있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와병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974년 한국반도체를 인수하며 관련 사업에 진출한 이후 지속적인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는 견해다.

그러나 올해 삼성의 대형 M&A는 전무한 상태다. 지난해 11월 하만 인수 결정 이후 삼성의 경영시계가 사실상 멈춰선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최근 호실적을 내며 안정적으로 성장하는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재계의 시각은 다르다”며 “미국, 중국 등 해외 경쟁업체들의 추격이 맹렬한 상황에서는 삼성전자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 언제 따라잡힐지 모르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롯데 등 최순실 국정 농단 연루 기업 ‘전전긍긍’

SK, 롯데 등 최순실 국정 농단과 연루된 다른 기업들도 이 부회장 재판의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의 일원으로서 향후 경제적으로 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된 기업으로서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이며, 최태원 SK 회장도 향후 이 부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 따라 새로운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특검이 현재 삼성에 칼끝을 겨누고 있어 이 부회장의 재판에만 매달리고 있으나, 그 결과에 따라 향후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이 부회장의 재판 결과에 많은 기업들이 관심을 집중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최근 반 대기업적인 여론으로 인해 법리와 관계없이 ‘희생양’이 되는 기업이 나와서는 안 될 것”이며 “특검과 재판부가 공정한 결과를 내놓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