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세법개정] 초대기업, 최고세율 25%... 세액공제 줄여 年 4조 확보

2017-08-02 18:09
일부 "재원마련 위한 증세 회의적"

 

법인세 최고세율이 25%로 3%포인트 인상되고, 대기업의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에 대한 세액공제가 축소된다. 지금보다 세금을 더 내고, 깎아줬던 세금도 줄이겠다는 얘기다.

지난달 19일 발표된 문재인정부의 국정운영 5개년 계획에는 ‘종합적으로 감안해 추진’이라고 원론적인 얘기만 담겼음에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부자증세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2주 만에 법인세 인상이 현실화됐다.

특히, 정부는 대기업의 세부담을 늘려 재원을 마련하고, 세원투명성을 강화함으로써 향후 5년간 세입기반을 탄탄히 다진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대기업 증세’로 한해 늘어나는 세수입은 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논란은 여전하다. 경제문제는 경제 상황만을 보고 판단해 결정해야 하지만, 공약이행‧재원마련이라는 목적을 미리 정해둔 정치적 결정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2일 ‘2017년 세법개정안’을 통해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을 신설했다.

현행 최고 구간은 세액‧세율 결정 기준인 과표가 200억원을 초과한 기업에 대해 22%다. 개정안은 여기에 2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25%의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22%로 낮아진 뒤 9년 만에 법인세 최고세율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게 됐다.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1990년(30→34%) 이후 28년만이다.

과표가 5000억원인 법인의 경우 현행법상 1095억8000만원의 세금을 내야 하지만, 개정안을 적용하면 90억원이 늘어난 1185억8000만원이 된다.

지난해 신고기준으로 과표가 2000억원을 초과하는 법인은 129개다. 정부는 매년 2조5500억원 가량의 세수입이 늘어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기업에 대한 세액공제도 축소된다.

개정안은 R&D세액공제에서 대기업의 당기분 기본공제율 1%를 폐지했다. 현재 기업은 당기분과 증가분을 선택해 공제받을 수 있다. 당기분 공제율은 대기업 1~3%, 중견 8~15%, 중기 25%다.

이 중 대기업 공제율을 0~2%로 축소해 기본적으로 공제해주던 1%를 없앤 것이다. ‘1%’가 단순 보조적 지원으로 R&D 유인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중소‧중견기업의 공제율은 변화가 없다.

또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시설이나 안전설비‧환경시설 지원은 계속하되, 지원율은 낮췄다. 다른 제도와 비교해 공제율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개정안은 올해 말 일몰이 도래하는 생산성향상시설, 안전설비 투자세액공제의 적용기한을 2년 연장했다. 다만,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공제율을 2%포인트 낮췄다. 대‧중견‧중소기업의 공제율은 3‧5‧7%에서 1‧3‧7%가 됐다.

내년에 일몰이 도래하는 환경보전시설 투자세액공제도 공제율을 3‧5‧10%에서 1‧3‧10%로 낮췄다. R&D설비나 에너지절약시설 등의 투자세액공제 공제율(1‧3‧6%)과의 형평성을 감안한 것이다.

R&D‧설비투자 공제율 축소 적용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적용된다.

이 외에도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을 ㎏당 30원에서 36원으로 높였고, 탄력세율도 기존보다 발열량별로 각 6원씩 올렸다.

환경오염 등 사회적 비용을 원인제공자에게 부담시키고, LNG발전과의 제세부담금 차이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른바 ‘대기업 증세’의 세수효과는 법인세 최고 과표구간을 신설하면서 2조5500억원, 대기업 R&D세액공제 및 설비투자세액공제 축소로 5500억원, 발전용 유연탄 개별소비세율 조정으로 5700억원 등 총 3조7000억원이다.

‘178조원’ 재원마련의 한 방법인 부자증세가 내년부터 본격화되는 셈이다.

그러나 새정부의 재원조달 방법론에 대해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대학장은 “증세를 하려면 경제상황을 보면서 해야 한다”며 “그러나 최근 경기가 좋거나 경영환경이 좋아서 증세를 하는 게 아닌 재원마련을 목적으로 한 증세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고 평가했다.

이어 “주요국은 법인세를 내리는데, 우리만 올리면 한국의 투자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대외에 알려주는 꼴이 된다”며 “세수도 많지 않고, 역효과에 따른 경기 손실이 더 클 수 있어 우리경기 회복에 도움되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