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發 증세전쟁 대장정…정기국회 ‘세 가지 雪山’ 넘어야 한다

2017-07-27 19:30
‘기재위 조세소위→與野 담판→丁의장 직권상정’…1라운드 실패 땐 민심 역린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정책위의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부자 증세'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정이 27일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9월 정기국회 제1라운드 대전(大戰)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조세소위) 벽조차 넘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기재위원장과 조세소위원장은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소속 조경태·추경호 의원이다. 조세소위 위원 10명 중 3명(박광온·박영선·송영길)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이다. 7명 가운데 한국당은 추 위원장을 포함한 3명(김광림·이현재), 국민의당(박주현·이언주)과 바른정당(이혜훈·이종구)은 각각 2명이다. 첫 난관부터 여소야대(與小野大)다.

암초는 이뿐만이 아니다. 여당발 증세안이 조세소위 벽에 부딪힐 경우 ‘여야 원내대표 담판 협상’에 돌입한다. 국회 상임위에 최장기간 묶인 추가경정예산(추경) 사태의 도돌이표다. 여권 내부에서는 세법 개정안의 ‘예산부수법안 지정’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요청해 난국을 돌파한다는 시나리오가 나오지만, 대치 정국 장기화 및 우회 입법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증세 논의 과정에서 여당 개혁파들이 ‘핀셋 증세’ 범위 이상의 증세를 추진, ‘세원은 넓게, 세율은 낮게’라는 조세 원칙을 훼손한다면 민심의 역린을 건드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與小野大’ 조세소위, 위원장 한국당··· 통과 ‘빨간불’

세법 개정안은 내달 2일 정부의 세법 개정안 발표를 시작으로 '8∼9월 민주당 세법 개정안 발의→9월 기재위 상정→10∼11월 조세소위 심의→12월 본회의 상정' 등의 절차를 밟는다. 9월 막이 오르는 100일간의 정기국회 초반부터 정국 뇌관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여당의 세법 개정안 발의 직후부터다. 기재위원장을 포함한 총 26명의 위원 가운데 여당 소속은 10명에 불과하다. 한국당은 8명,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각각 4명이다.

조경태 기재위원장은 이날 국회 상임위원장실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세법 개정안 운명에 대해 “정부·여당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일관한다면, 기재위에서 논란과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법 대전 제1라운드의 험로를 예고한 대목이다.

특히 조세소위의 야당 소속 의원 중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시안 법인세안(과세표준 2000억원 초과 대기업에 세율 25% 적용)보다 센 법안을 발의한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과표 2억원 초과 대기업에 세율 25% 적용)을 제외한 전 야당 의원들은 법인세 반대나 유보파다.

유보파도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 등 극소수에 불과하다. 소득세의 경우 연 소득 2000만원 이상의 소득자에게 최소 12만원의 세금을 추가 부담하는 법안을 준비 중인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 빼고는 반대 및 유보 입장이다.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부자 증세'의 앞날이 그리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당·정이 27일 ‘초고소득자·초대기업’ 증세에 드라이브를 걸었지만, 9월 정기국회 제1라운드 대전(大戰)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조세소위) 벽조차 넘지 못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증세 예산부수법안 지정 땐 대치정국 장기화

앞서 추 대표가 제안한 5억원 초과 초고소득자의 소득세율을 현행 40%에서 42%로, 2%포인트 올리는 안과는 결이 다르다. 같은 당 김태년 정책위의장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종구안에 대해 “서민 증세”라고 비판했다. 본격적인 세법 협상 전부터 ‘부자 증세’에 방점을 찍은 여당과 이를 전 국민으로 확대하는 국민개세주의를 주장한 야당이 갈등을 빚고 있는 셈이다. 정기국회 내내 정부·여당의 전방위 포위 작전과 야당의 저지선 구축 구도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초빙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증세의 필요성은 있지만, 정부가 먼저 예산 남용을 막고 증세를 추진해야 설득력을 가질 것”이라며 “기업도 양극화가 심한 만큼, 여야가 (중소)기업의 심리 위축 등에 대한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플랜 B’는 세법개정안의 예산부수법안 지정 검토다. 2014년 개정된 ‘국회선진화법’의 예산안 자동부의제도에 따라 예산안과 예산안부수법안은 상임위 의결 없이 국회 본회의로 직행할 수 있다. 데드라인은 예산안 처리 법정 시한인 12월 2일 하루 전 본회의다.

키는 정세균 의장이 쥐고 있다. 지난해에도 정 의장은 11월 30일 법인세와 소득세 인상안이 포함된 예산부수법안 31건을 지정했다. 지지난해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도 담뱃세 인상을 골자로 하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예산부수법안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예산부수법안 지정에 대해 ‘우회·꼼수’ 논란이 만만치 않은 데다, 증세 수정안을 둘러싼 여야 원내지도부의 갈등도 불가피하다. 담판 협상 실패 땐 야당이 △국회 의사일정 보이콧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의장 거취 표명 요구 등을 고리로 총력전을 전개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정부·여당이 경유세 인상 등 전방위 증세에 나서거나 대치 정국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을 땐 민심이 정치권에 ‘레드카드’를 꺼낼 공산이 크다. 여의도발 증세의 운명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