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링PEA 한라시멘트 매각 쉽지 않네

2017-07-20 16:00

홍콩계 사모펀드 베어링프라이빗이쿼티아시아(BPEA)가 한라시멘트 지분을 사줄 마땅한 인수자를 못 찾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베어링PEA는 현재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을 주관사로 한라시멘트 지분 98%를 매각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문제는 빚이다. 한라시멘트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016년 말 1148억원에 달했었다. 하지만 이 가운데 상당액을 공동투자자인 글랜우드PE가 빠져나가면서 챙긴 것으로 전해졌다. 글랜우드PE가 투자했던 돈은 약 4000억원이다. 한라시멘트는 부족한 자금을 금융권에서 추가 조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1000억원이 넘는 현금성자산을 가졌던 기업이 빚더미에 앉았다는 얘기다.

베어링PEA는 2016년 4월 글랜우드PE와 컨소시엄을 맺고 프랑스 라파즈그룹으로부터 라파즈한라시멘트를 63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베어링PEA가 1800억원을, 글랜우드PE는 4000억원을 투자했다. 나머지 500억원은 인수금융으로 모았다.

이제 베어링PEA가 투자금을 회수해야 할 차례다. 이를 위해 2000억원을 추가 조달해 자본재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부채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인수 후보군에 있는 여타 시멘트업체가 시큰둥한 이유다.

아주산업은 아주캐피탈을 매각해 실탄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금을 재무구조 개선에 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표시멘트는 이미 동양시멘트를 인수해 추가로 한라시멘트를 사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

쌍용양회를 인수한 한앤컴퍼니와 한일시멘트도 유력 인수후보로 꼽히지만 업계에서는 성사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두 회사는 제각각 업계 1·2위로 독과점 문제가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베어링PEA는 한일시멘트를 직접 찾아가 인수의향을 타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이 이뤄질 경우 현재 1위인 쌍용양회를 넘어설 수 있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시멘트 업황 악화로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갑자기 금융비용이 불어난 것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