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수입산 철강 관세 가능성" ..한국 '불똥' 튀나

2017-07-20 17:40
중국 철강 생산량 최고치 경신..."한국·중국·독일 등 정조준할 듯"
WTO 분쟁 해결 의존하기보다 자발적인 긴급 규제 조치로 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AP]


미국 정부가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한 새로운 관세 정책 시행을 예고한 가운데 유럽연합(EU)이 맞대응 차원의 '세이프가드' 조치를 조기에 단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미 재무부의 철강 무역 불균형 관련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새로운 무역 전쟁의 단초가 될지 주목된다. 

◆ EU '세이프가드' 카드 만지작··· 무역 전쟁 우려 고조 

로이터는 1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를 통해 "EU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할 경우 문제 해결에 최소 3년이 걸릴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세이프가드'를 활용, 조기 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세이프가드는 수입국의 관세 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으로 심각한 피해가 예상되는 경우 무역 거래를 제한하는 일종의 긴급수입제한조치다. 일반적인 반(反)덤핑 관세 등의 무역 방어 조치와는 달리 전 세계적인 효과를 내는 것이 특징이다.

WTO는 통상 국제 무역상 분쟁을 중재하고 있지만 분쟁 해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점을 고려, 갑작스럽고 예기치 않은 피해가 생기는 경우 회원국들이 자체적으로 세이프가드를 발동할 수 있다는 규정을 마련해두고 있다. 

EU는 앞서 지난 2002년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철강 관세를 30%까지 부과했을 당시에도 세이프가드를 발동했다. 이후 한국과 중국, 일본, 노르웨이, 스위스, 뉴질랜드 등과 함께 이 사건을 WTO에 회부해 미국의 시인을 이끌었다.

미국 철강 관세 정책에 대한 EU의 보복 조치 가능성은 이미 여러 차례 언급됐다. CNN 머니 등 외신이 최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지난 7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유럽산 철강의 대미 수출이 막힌다면 무역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며 "며칠 내 보복 조치로 대응할 것"이라고 강력 경고했다.

◆ 트럼프 "수입산 철강 관세 가능성"··· 중국·한국 등 정조준하나 

이런 가운데 미·중 간 포괄적 경제 대화 일정이 시작된 19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에 대한 관세와 관련한 발언을 남겨 배경이 주목된다.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수입산 철강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일어날 수 있을 것(It could happen)"이라고 답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현재 미 재무부는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철강 무역 불균형 문제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4월 철강 수입이 국가 안보를 위협할 가능성이 있는지 긴급 조사하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다. 조사 결과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추가 관세 부과, 수입 물량 제한, 관세 할당 등의 조치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철강은 석유·가스 등 에너지 분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산업으로 통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철강 제품을 볼모로 자국 일자리 창출과 업계 수요 회복을 꾀하려는 이유다. 이에 따라 한국과 중국 등 철강 수출국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특히 중국은 철강 생산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19일 진행된 미·중 경제 대화에서 관련 사항이 논의되었는지 주목된다. 중국 국가 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중국 철강 생산량은 지난 6월에만 7323만 미터톤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7278만 미터톤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던 지난 4월 생산량을 경신한 것이다.

미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는 이날 보도를 통해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대규모 실업과 성장 둔화를 막기 위해 중국 당국은 해당 분야에 대한 대출과 보조금 형태의 지원을 해왔다"며 "이후 중국은 수년간 전 세계 철강 공급의 절반 이상을 생산하면서 세계 철강 산업을 주도해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의 철강 생산량이 전 세계 철강 가격 하향세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중국의 미국 철강 수출량은 전체의 약 3%에 불과해 무역 불균형 주범은 아니다"라며 "오히려 캐나다와 한국, 독일 등에서 대규모 수입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