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수정의 여행 미학]산·바다 즐기러 속초 갔니? 우린 먹으러 떠난다!

2017-07-31 00:00
먹고 또 먹고 싶은 속초 주전부리 열전

[글·사진 속초=기수정 기자]강원도 속초는 명실상부한 관광(觀光) 1번지다. 가는 곳곳마다 수려한 풍광을 자랑하는 우리나라 명산 설악산, 엄마의 품처럼 넉넉하고 아이의 마음처럼 맑은 동해가 반갑게 맞아주는 곳이다.

여기에 영금정의 속초 등대전망대, 영랑호 범바위, 청대산, 청초호, 속초해변의 조도, 외옹치, 속초 설악해맞이공원, 실향민 마을인 아바이마을까지……. 그야말로 볼거리로 넘쳐나는 곳이다.

그런 곳이 최근에는 한 끼 식사로도 손색없는 주전부리 '맛' 여행지로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다.

미식 여행지의 최종 목적지는 다름 아닌 전통시장이다. 서민의 정서가 고스란히 배어든 전통시장이 먹거리 1번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이다.

속초에 시장이 생긴 것은 1930년대 전후반. 한국전쟁 이후 작은 규모의 속초장은 점포를 갖춘 상설시장인 '중앙시장'으로 번성했으나 80년대 이후 위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도 잠시, 속초시는 위축된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2006년 속초관광수산시장으로 이름을 바꿨고 오늘날 전국 각지에서, 심지어 외국에서도 많이 찾는 속초의 맛 1번지로 등극했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이제 시내 여행의 중심이 됐다. 

속초 특산물과 별미를 한자리서 맛볼 수 있는 속초관광수산시장. 무더위에 몸도 마음도 지쳐가는 여름, 이곳에 꼭 들러야 할 이유는 충분해졌다.

속초의 유명 닭강정을 비롯해 다양한 주전부리를 즐길 수 있는 그곳, ‘속초 관광 수산시장’에 다녀 왔다.

◆전국 3대 닭강정 입소문
 

매운맛 마니아에게 인기 만점인 만석닭강정 매운맛. [사진=만석닭강정 제공]


가장 유명한 시장의 명물은 고소하고 쫀득한 닭강정이다.

견과류만 묻혀내는 순살 닭강정부터 고구마나 더덕, 청양고추를 뿌린 닭강정까지 크고 작은 강정집이 10여곳이나 된다.

그중 가장 유명한 곳은 ‘만석닭강정’이다. 전국 3대 닭강정 중 하나로 꼽을 만큼 유명한 이곳에서는 양념 없는 고소한 프라이드와 매콤달콤 보통맛, 매운맛 마니아를 위한 화끈한 맛 등 입맛대로 골라 사갈 수 있다. 

속초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할 주전부리가 된 지 오래지만 여전히 닭강정을 사려는 줄은 길기만 하다. 

양념맛은 많이 먹어봤다는 자부심을 안고 이번엔 순수한 프라이드 하나만 주문해본다. 손에 들고 무작정 걸으려니 강정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입안엔 침이 가득 고인다.
 

양념을 입히기 전 고소한 상태로 즐길 수 있는 프라이드. [사진=만석닭강정 제공]

결국 손은 닭강정이 포장된 박스 속으로 들어가고 프라이드 한 조각 집어내어 한 입 베어 문다. 

튀김옷의 바삭함이 과자처럼 부서지면 그 안에 닭의 뽀얀 속살이 촉촉하게 입안에서 춤을 춘다. 

그렇게 한 조각, 두 조각 먹기 시작한 것이 어느새 박스 반을 비워내고 부른 배를 쓸어내린다.

명색이 맛 1번지인데 닭강정에서 그치면 서운하다. 또다른 먹거리를 찾아 헤매기 시작한다. 

◆시장의 대표 주전부리 '호떡'과 유기농 아이스크림의 진수 '마카롱 아이스크림'
 

고소한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씨앗호떡을 속초에서도 맛볼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부산의 명물 씨앗호떡도 이곳 속초까지 진출했다.
 

튀긴 호떡을 반 갈라 견과류를 가득 넣고 흑설탕, 계피가루 등으로 마무리하면 바삭하면서 고소하고 달콤한 씨앗호떡이 완성된다. [사진=기수정 기자]

몸에 좋은 씨앗이 입안 가득 씹히는, 달콤하면서도 고소한 씨앗호떡에서 한층 진화한 치즈씨앗호떡도 판매한다.

고소함의 극치를 달리는 치즈씨앗호떡은 젊은층의 인기를 사로잡으며 단숨에 속초의 명물로 거듭났다. 
 

속초 운용이형님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마컵(마카롱 컵 아이스크림)을 주문했다. [사진=기수정 기자]

이곳에 가면 꼭 맛보아야 할 디저트도 빼놓을 수 없다. 바로 SNS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속초 운용이형님 아이스크림이다.

유기농 상하목장 우유로 배합한 아이스크림에 달콤한 수제 마카롱을 얹은 이 아이스크림은 일명 마컵(마카롱컵아이스크림)과 마콘(마카롱아이스크림콘) 중 선택해 맛볼 수 있다.

아이스크림 배합과 디자인은 모두 이 운용이형님(주인장)이 한다. 유기농 우유를 기본으로 한 이 아이스크림은 그 어떤 유명 브랜드 아이스크림보다도 더 고소하고 달콤하다.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법한 이 마카롱 아이스크림을 구입한 후 인증샷을 찍어 SNS에 올리면 운용이형님(주인장)이 정성을 들인 댓글을 직접 달아주기도 한다. 

◆달짝지근한 사탕수수로 더위 속 갈증 '날리기'
 

웰빙 음료로 각광받고 있는 천연 사탕수수 주스를 판매하는 곳을 속초 관광 수산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 [사진=기수정 기자]

고소한 닭강정과 쫀득한 호떡,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을 차례로 맛본 후 물이나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당긴다면 잠시 숨을 고르고 '맛깔스런 천연 음료'를 한 번 맛보자.

속초 중앙시장 한 편에는 또 하나의 '맛' 사탕수수로 만든 천연 주스가 기다리고 있다. 

대나무 같이 생긴 무엇을 기계에 넣으니 맑은 초록빛 물이 컵에 담기고 기계는 껍질만 남은, 납작해진 나무를 토해낸다. 

그렇게 재료 본연이 가진 단맛을 그대로 선사하는 사탕수수 주스는 완성. 

평소 구경하기 힘든 사탕수수 껍질이 수북이 쌓여가니 갈 길을 재촉하던 많은 이가 가던 길을 멈추고 둘러서기 시작한다.

"설탕, 꿀 등 단 맛을 전혀 넣지 않고 사탕수수만 직접 짜내 만든 천연 주스예요. 몸에 좋은 웰빙 주스예요."

주인장 말에 한 모금 맛 볼 요량으로 줄을 섰고 몇 분 후 시원한 사탕수수 주스가 내 손에 폭 안긴다. 

우리가 평소 접해왔던 청량음료에 익숙한 이들이라면 이 사탕수수 주스를 맛본 후 "넌 내게 실망감을 줬어."라며 화낼 수도 있겠지만 한 번 맛보면 또 한 입 맛보고 싶어지는 중독성을 가진, 코코넛 주스와도 같은 청량감이 느껴진다.

은근히 퍼지는 사탕수수의 단맛이 깊은 여운을 준다. 

고소함을 품은 바삭한 닭강정과 쫄깃한 씨앗호떡, 진한 우유의 맛이 살아 있는 아이스크림을 차례로 맛본 후 시원하면서도 깔끔한 사탕수수 주스를 한 손에 들면 뱃속 든든한 속초관광수산시장 나들이는 마무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