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청와대 캐비닛 문건' 수사 급물살… '법꾸라지' 우병우 재수사 불가피
2017-07-17 18:18
조득균 기자 = '청와대 캐비닛 문건'과 관련해 검찰이 17일 전격 수사를 개시하면서, 그동안 수사기관의 법망을 피해갔던 '법꾸라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50·사법연수원 19기)에 대한 재수사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청와대는 지난 14일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비서관실에서 생산된 것으로 추정되는 문건 300여종의 사본을 전격 공개했다.
문건은 내용별로 △수석비서관회의 자료 △2014년 6월11일부터 2015년6월24일까지 장관 후보자 등 인사자료 △국민연금 의결권 등 각종 현안 검토자료 △지방선거 판세전망 등 기타 자료 등이다.
우 전 수석은 2014년 5월부터 2015년 1월까지 민정비서관으로, 2015년 2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민정수석으로 근무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비서실상의 '총애'를 받으며 민정비서관과 민정수석을 연이어 지낸 우 전 수석을 상대로 검찰의 확인이 필요한 문건들인 셈이다.
이는 삼성의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과 민정수석실이 모종의 역할을 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낸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조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검찰 조직 내에 남아 있는 소위 '우병우 라인'이 여전히 10명은 넘는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지난달 초 우병우 라인으로 지목된 고위 검사들이 좌천성 인사 발령을 받고 잇따라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직급이 굉장히 높았던 사람들"이라며 "(우병우 라인이) 꽤 살아 있다"고 거듭 언급했다.
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 규명의 마지막 관문으로도 평가되며, 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조차 빠져나가지 못한 법망을 두 번이나 빠져나갔다
지난 2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 이어 4월 두 번째 구속영장도 법원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당시 법원이 우 전 수석의 구속영장을 두 차례나 기각하면서 검찰이 '제 식구 감싸기' 식으로 부실수사를 해 영장 기각을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한편 우 전 수석은 줄곧 국정농단 개입을 부인할뿐만 아니라 '청와대 캐비닛 문건'에 대해서도 모른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전 수석은 이날 오전 자신의 재판이 열리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해 '캐비닛 문건의 존재를 아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언론보도를 봤지만 무슨 상황인지 무슨 내용인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청와대 캐비닛에서 발견된 문건들을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한 가운데 먼저 문건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수사 대상과 범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첩 자료에는 현재 수사 중인 사건과 관련되거나 검찰의 추가 수사에 실마리가 될 수 있는 자료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보수 단체 불법 지원 의혹(화이트 리스트) 사건, 우 전 수석의 검찰 수사 개입·관여 의혹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발표한 민정수석실 문건과 관련해 오늘(17일) 중 일부를 박영수 특별검사팀으로부터 이관받아 특수1부가 수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