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한다" vs "인상 안한다" 엇박자 속 업계 타격 불가피
2017-07-12 18:37
문지훈·이소현 기자 = 경유세 인상 논란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지난 11일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이 혀재 경유세 인상 계획은 없지만, 향후 인상 가능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고 차관의 이같은 발언은 기재부의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것이지만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시각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정부가 경유세 인상을 두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자동차 및 정유업계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국민적 혼란 방지는 물론 기업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불확실성’ 제거를 위해서 단일한 메시지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경유세 인상과 관련, 최근 한 달 사이 “8월 가격조정 검토”(김동연 경제부총리 청문회 서면 답변)→“인상 계획 없다”(기재부)→“국민적 합의로 추진 여부 결정”(국정기획위)→“내년까지 인상안 마련”(김진표 국정기획위원장)→"현단계에선 인상 계획 없다"(기재부) 등 각기 다른 메시지가 정부측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자동차 및 정유업계는 향후 경영전략 수립에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연구용역 결과, 현재 휘발유의 절반가량인 LPG세율을 70% 수준으로 인상하는 시나리오가 담기면서 규제 완화와 배치되는 상황에 벌어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처럼 엇박자를 내고 있는 원인으로 정부 부처와 위원회의 시각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경유세를 올릴 경우 경유차량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자영업자나 생계형 사업자 등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다"며 "자칫 서민증세로 읽힐 수 있는데다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크지 않아 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위원회 입장에서는 세수 확보 차원을 고려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수 확보 차원에서 경유세를 인상할 경우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부정적 여론이 높은 상황이지만 이로 인해 늘어난 세수를 다른 재정정책에 활용하면 긍정적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동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향후 에너지에 대한 과세를 강화할 경우 분배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를 피하기 어렵지만 증가한 세수를 재분배를 위한 재정정책에 활용하면 부정적 효과는 충분히 상쇄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동차·정유·에너지 업계 타격 불가피
경유세와 LPG세율이 인상될 경우 자동차 업계를 비롯해 정유·LPG업계 모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2030년까지 경유차를 퇴출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만큼 향후 정부 정책의 변화에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유차 퇴출 공약은 불가능한 이야기로 규제에 대한 강한 의지 차원으로 봐야한다"며 "네델란드와 노르웨이가 2020년까지 경유차 판매 중지를 내세웠고 인도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인 점을 감안하면 2030년까지 판매 중지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자동차업계에 고민거리가 많아진 것은 확실하다"며 "국내 완성차업계는 경유차 규제 강화로 수익다변화를 위해 친환경차 전략에 집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경유차에 대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국내 완성차 5개사 중 쌍용자동차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쌍용차는 티볼리와 체어맨을 제외한 G4 렉스턴, 코란도 등 나머지 모든 모델이 경유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
정유업계는 경유차 감소로 인한 타격이 불가피하지만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경유승용차의 경우 출퇴근이나 레저용이 주목적인 만큼 경유가격이 오르면 다른 연료 차량으로 전환해 경유 소비가 줄겠지만 남은 물량을 수출용으로 전환할 수 있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고 전했다.
LPG 업계 역시 LPG 차량 감소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해당 업계 관계자는 "규제 완화의 시발점은 환경문제였다"며 "이번 용역 결과에 LPG세율이 인상돼야 하는 근거와 명분이 부족하다"고 짚었다. 이어 "LPG 차량이 감소세인 점을 고려하면 실제 세수 증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