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정치 딜레마] 민심 업은 문재인 대통령…추미애의 강공전략 ‘독이냐, 약이냐’
2017-07-10 16:52
최신형 기자 =‘지지율 제고, 약이냐 독이냐.’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지율 제고의 이중적 딜레마’에 빠졌다.
정부 출범 이후 80% 안팎의 고공행진 지지율을 기록한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외치’로 지지율 상승 추세를 이어갔다. 민주당 지지율도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집권한 새정치국민회의 이후 민주당 계열로는 최고 수준인 50%를 상회한다.
그러나 국회 협치 공간은 더욱 협소해졌다. 문 대통령의 1호 정책인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추경) 처리를 위한 국회 정상화는 10일 정세균 국회의장의 주재에도 끝내 불발됐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구서 2차 재송부 시한인 이날 야당은 ‘문 대통령의 지명 철회’나 ‘후보자 자진 사퇴’ 중 양자택일을 요구했다.
정부 출범 두 달을 맞은 문 대통령의 그간 행보는 ‘여론정치를 통한 정면 돌파’로 요약된다.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바른정당 등의 반대에도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이 여론정치의 대표적 사례다. 문 대통령은 ‘김상조·강경화’ 임명 논란 당시 “판단은 국민 몫”이라고 정면 돌파에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도 “국민만 보고 간다”다. 집권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자본’인 지지율 제고를 등에 업고 난국을 돌파하는 셈이다.
정당 지지율 조사에서는 민주당이 0.1%포인트 상승한 53.4%로, 16.2%에 그친 자유한국당을 3배 이상 앞섰다. 대선 조작 게이트 논란에 휩싸인 국민의당은 지난주와 같은 5.1%로 2주 연속 최하위에 그쳤다. 당·청이 정치적 변곡점마다 여론정치를 앞세우는 까닭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높인 지지율의 이중적 딜레마다. 여의도 정치권에서 지지율과 국회 상황은 ‘민심’과 ‘당심’ 간의 관계와 유사하다고 본다. 내부 권력구도에서 민심과 당심 간의 괴리가 크듯, 국민적 지지율과는 관계없이 국회 상황이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얘기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지지율이 높으면 야당과의 협치가 소홀해질 수 있다는 점이 딜레마”라고 밝혔다.
◆朴정부 때도 ‘높은 지지율+극한 대치 정국’…왜?
전임 정권인 박근혜 정부에서도 집권 1년차 때 ‘국민 여론’과 ‘국회 상황’과의 괴리 현상은 끊이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베트남 방문 등 외치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2013년 9월 둘째 주(9~12일 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8%포인트) ‘한국갤럽’의 박 전 대통령 국정 지지율은 67%로, 한 달 전 대비 14%포인트나 상승했다.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4%, 민주당 19%였다.
그러나 국가정보원(국정원) 대선 개입 사태를 둘러싼 박 전 대통령과 김한길 당시 민주당 대표의 갈등은 정국 파국으로 이어졌다. 꼬여버린 정국 실타래를 풀지 못한 박 전 대통령은 당 장악에도 실패하면서 이후 ‘유승민 파동’이 정국을 덮쳤다.
현재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사 난맥상 논란에 휩싸인 문 대통령은 ‘마이웨이’, 추 대표는 원내 지도부와의 엇박자로, 추경 처리 동력만 실기하는 상황이다. 추 대표는 이날 또다시 대선 조작 게이트에 휘말린 박지원 전 대표를 향해 “고(故) 김대중(DJ) 대통령의 가르침을 기억하라”고 꼬집었다. 이에 박 전 대표를 “이성을 회복하라”고 맞받아쳤다.
내년도 지방선거발(發) 정계개편을 앞두고 당 내부권력 투쟁이 본격화할 경우 지지율 고도 하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 본부장은 “현재 문 대통령 지지율은 기대감이 반영된 수치”라며 “대통령 지지율과 당 지지율 간 동조 현상이 없어진다면, 지지율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전계완 정치평론가는 “지금은 여론정치 의존이 아닌 협치 모델을 만들 때”라고 밝혔다.
한편 위에 언급된 여론조사 결과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