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아베 처음으로 국기걸고 정상회담

2017-07-09 11:24
G20 개최지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난 中日 정상…
시진핑 "역사문제 대만 문제 강조", 아베 "북핵문제로 중국 압박"
중국 전문가 "성과없는 의례적 회담…시진핑 방일 가능성 희박"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일(현지시각) 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사진=신화통신]


배인선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지인 독일 함부르크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했다. 이번이 두 정상간 네번째 만남으로 양국 국기를 내걸고 한 첫 정상회담이기도 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는 의례적 회담이었을 뿐이라고 중국 전문가는 분석했다. 

이날 오전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G20 정상회의와 별도로 약 40분간 양자회담을 했다. 중·일 정상회담과 관련해 중국 관영언론들은 시 주석이 아베 총리에게 역사와 대만 문제를 강조한 것에 중점을 두고 보도를 한 반면 일본 언론들은 양국 정상이 북핵 문제를 논의한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홍콩 명보는 9일 전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아베 총리에게 “올해는 중·일 양국 국교정상화 45주년이고, 내년은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이라며 “양국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강화해 역사를 거울로 삼고 미래지향적인 정신으로 장애물을 걷어내고 양국 관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 주석은 “중·일 양국이 수교 이후 체결한 4개 정치문건과 4개항의 원칙을 통해 역사와 대만 문제를 적절히 처리하는 원칙을 확립했다”면서 “양국관계의 정치적 기초에 해당하는 중요한 문제들에 있어서는 어떤 것도 소홀히 해선 안 되고, 조금도 물러설 수 없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이 양국관계 개선의 의지를 정책과 행동에서 더 많이 보여주기를 바란다”며 “일본이 약속을 성실히 이행하고, 규정에 따라 일을 처리하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반면 일본 언론들은 북핵 문제를 더 부각시키는 모습이었다. NHK는 두 정상이 양국 관계 개선과 정상간 대화 강화와 관련해 합의를 이뤘다고 전했다. 또 아베 총리가 시 주석에게 중국이 북핵 문제에 있어서 더욱 건설적 역햘을 하길 바란다고 압박했으며, 이에 대해 시 주석은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수하지만 일방적인 대북제재는 반대한다고 말했다고 NHK는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아베 총리가 시 주석의 내년 일본 국빈 방문을 초청했으며, 한·중·일 정상회담이 하루빨리 열리길 바란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홍콩 명보는 시 주석과 아베 총리가 정상회담을 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지만, 각국 국기를 내걸고 한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두 정상은 2014년 11월 베이징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 2015년 4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아시아 아프리카 정상회담, 2016년 9월 항저우 주요20개국(G20) 회의에서 가진 세 차례 정상회담에서 모두 양국 국기를 내걸지 않았다.  

특히 중국 외교부는 이번 회담을 '응약(應約)'회담이라고 표현했다. 즉, 일본의 요청을 받아들여 만나줬다는 뜻이다. 일본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국유화 사건 이후 중·일 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든 2013년부터 중국은 일본 정상과의 회담을 항상 응약이라고 표현해왔다.

량윈샹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중국은 중·일관계가 더 악화하는 걸 원치 않는다"며 이는 중국이 최근 외교적으로 '약간의 문제'를 맞닥뜨린 데다가 오는 가을  열리는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외교전에 총력을 쏟을 여력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량 교수는 "이번 회담은 성과가 없는 그냥 의례적 회담이었다"며 "중·일 관계는 실질적으로 개선되지도 악화하지도 않았으며,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이 성사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