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먹거리? 시중은행 '우르르' 쏠림 현상
2017-07-06 16:34
안선영 기자 = KB국민은행은 합병 전 주택은행 시절부터 부동산 데이터가 많기로 유명했다. 1986년부터 국내 최초로 부동산 관련 통계자료를 발표해왔으며 지금까지 29년간 주택통계 관련 시계열 자료를 발표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도 마찬가지다. 씨티은행은 한미은행과 합병하기 전인 1980년대부터 개인자산관리 사업을 국내에 도입한 PB 원조 은행이다. 다른 은행이 PB의 중요성을 인식할 때쯤에는 해당 분야를 키우고 서비스 세분화 작업에 들어갔다.
그러나 최근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이런 특장점이 모호해지고 있다. '돈이 되는' 서비스라면 무조건 투자하고 보는 사업 전략 탓이다. 저금리 기조 아래 새로운 산업이 옛날처럼 '대박'을 내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의 수익성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달려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민은행은 지난 3월 강남스타PB센터에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전담 자산관리서비스를 오픈했다. 두 달가량 지난 5월 18일 우리은행은 연예인·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사에게 특화된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셀럽센터를 열었다. 그리고 6월14일 하나은행도 스포츠 선수의 자산과리를 담당하는 PB전담팀을 출범했다. 세 달 만에 이뤄진 일이다.
이번달 말부터는 개인형 퇴직연금(IRP)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부터 IRP 가입 대상자가 확대되면서 추가 혜택을 받는 대상자가 730만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일찌감치 영업점 교육과 고객 DM안내 등을 실시하는 동시에 모바일 상품권과 수수료 인하 등의 당근책을 내걸며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IRP의 경우, 지난해 과다 경품 속에서 시행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처럼 과당경쟁이 일어나면 '제2의 깡통계좌'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ISA 도입을 앞두고 은행권에서는 자동차와 골드바, 해외여행 등을 경품으로 내걸어 당국으로부터 경고를 받은 바 있다. ISA 계좌의 절반 정도는 1만원 이하의 '깡통계좌'로 조사되며 과도한 마케팅이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은행별 특색 없이 유행만 쫓다보니 중장기적인 안목을 키우지 못하고 사업만 문어발식으로 확장하고 있어 직원과 고객들의 피로도도 쌓일 수밖에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더이상 이자 수익만으로는 힘든 상황인 데다가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내기 위해 '따라하기 전략'에 주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다보니 은행간 미묘한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